일년 365일, 한시 365수 (203)

203. 어린 아들[穉子], 이희사

by 박동욱

203. 어린 아들[穉子], 이희사

어린놈 이제 겨우 다섯 살인데

어른 행동 배워서 못 할 짓 없네.

서책에는 온통 다 먹 천지이고

대추와 밤나무 성한 가지가 없네.

뛰어남 원래부터 기대 없다만,

참된 성품 유지하길 바랄 뿐이네.

네 아비 게으른지 오래되어서,

가르침에 때 어길까 두려워지네.

穉子始五歲 學人無不爲

圖書多誤墨 棗栗少閑枝

俊逸元非望 眞淳庶未隳

爾爺踈懶久 敎迪恐違時


[평설]

이 시는 25살 젊은 아빠가 어린 아들을 두고 쓴 것이다. 아이는 미운 다섯 살이었다. 못돼 먹은 짓만 골라서 했다. 책에다가는 먹을 마구 칠해 놓았고 나무는 죄다 꺾어 놓았다. 뛰어나지 않더라도 사람 됨됨이는 갖추기를 바랬다. 이런저런 문제로 아이의 훈육에 손을 떼고 있었는데, 혹시 너무 오래 모른 척했나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다. 말썽꾸러기 아들과 걱정쟁이 아빠의 흥미로운 대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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