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 흰 머리 세 가닥[白髮], 정약용
204. 흰 머리 세 가닥[白髮], 정약용
백발이 초저녁별 돋는 것과 같아서는
처음에는 별 하나만 깜박깜박 보이더니
잠깐 새 별이 두 개 별 세 개 나타나고
별 셋이 나온 뒤엔 뭇 별들 다투었네.
…하략…
白髮勢如昏星生 初來只見一星呈
須臾二星三星出 三星出後衆星爭
[평설]
이 시는 7언 16구의 일부분이다. 정약용이 1801년 유배지인 장기에서 쓴 것으로 당시 나이 40세였다. 늙음의 징조는 다채롭게 나타난다. 눈이 침침해지고 이가 빠지며 머리가 허옇게 센다. 그중에 흰머리는 노년을 알리는 가장 흔한 알람이다. 처음에는 흰머리가 하나 보이다가 두세 개가 넘어가면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난다. 좀 더 지나면 검은 머리의 숫자가 훨씬 적어지게 된다. 처음에는 흰 머리를 뽑는 것으로 저항해 보지만, 좀 더 지나면 어쩔 수 없이 흰머리에 백기 투항을 한다. 흰머리는 노쇠의 상징인가? 원숙함의 징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