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 아이의 하소연[田家詞], 목만중(睦萬中)
205. 아이의 하소연[田家詞], 목만중(睦萬中)
짙푸른 땅거미가 밭두렁에 내려앉자
송아지 앞세우고 삽 메고 따랐는데,
아이가 엎어질 듯 문 나와 말하기를
“햇보리 더디 말라 밥 짓지 못했어요”
蒼蒼暝色生田陂 黃犢前行荷鍤隨
顚倒小兒出門語 曬遲新麥不成炊
[평설]
저녁이 되어야 농부의 고된 일과도 끝이 난다. 송아지를 앞장세우고 삽을 메고서 털레털레 집을 향한다. 집에 있던 아이는 아버지가 돌아오는 소리를 듣자, 당장이라도 거의 쓰러질 듯 문밖으로 나와 말한다. “햇보리가 햇볕에 더디 말라서 밥을 못 지었어요” 아이는 아마 울상이었으리라. 아버지가 돌아오면 보리죽이라도 해드리려 했지만, 계획은 어그러지고 말았다.
음력 춘(春) 3월이 되면 식량이 떨어져 가기 시작해서, 6월에 접어들면 식량은 완전히 바닥을 드러낸다. 7월(음력 5~6월)은 햇보리가 나오는 때다. 보리 수확은 구원의 손길 같은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아버지는 아이를 생각해 밤이 깊을 때까지 열심히 일하고, 아이는 그런 아버지를 생각해 보리죽이라도 해드리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