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4. 연 날리던 꼬마[飛鳶童子], 유득공
314. 연 날리던 꼬마[飛鳶童子], 유득공
연날리기 막 마치자 숨을 씩씩 쉬더니만
처마 끝 고드름을 하나 떼서 베어 먹곤,
돌아와 책상에서 쉴 새 없이 콜록대니,
글 읽는 그 소리가 파리 소리 꼭 닮았네.
趁鳶纔罷氣騰騰 吃却簷端一股氷
歸對書床無盡嗽 讀聲出口只如蠅
[평설]
그 녀석 연 날릴 때는 신이 나서 숨이 차 오르도록 펄쩍펄쩍 뛰어 다녔다. 그러다 목이 말랐는지 처마 끝에 달린 고드름 하나를 뚝 떼서 베어 먹었다. 추운 날씨에 너무 오래 뛰어다녀서 그랬는지 아니면 고드름을 먹어서 그랬는지, 그새 감기 기운이 있어서 연신 기침을 콜록댄다. 겨우겨우 책 읽는 소리는 다 죽어가서 파리 소리처럼 자그맣다. 고놈! 뛰어놀 때 쌩쌩 하더니만 공부할 때 다 죽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