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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365일, 한시 365수 (321)

321. 한 층 탑[題僧軸], 양녕대군(讓寧大君) 이제(李禔)

by 박동욱

321. 한 층 탑[題僧軸], 양녕대군(讓寧大君) 이제(李禔:1394~1462)

산 노을로 아침밥 지어 먹었고

덩굴 걸린 달로 밤에 등불 삼았네.

암자에서 혼자서 잠을 자는데

오로지 한 층 탑만 남아 있구나.

山霞朝作飯 蘿月夜爲燈

獨宿孤庵下 惟存塔一層


[평설]

양녕대군은 태종 대왕의 첫째 왕자이다. 글을 잘 짓고, 글씨를 수려하게 썼다. 양녕대군은 일부러 미친 체하여 해괴한 행동을 저지르다 왕위를 동생에게 양보했다. 자유로운 몸이 되자 전국을 유랑하며 시를 짓고 살았다. 남대문에 걸려 있는 숭례문이라는 현판도 양녕대군이 쓴 것이라고 전한다.

노을로 아침밥을 지어 먹고, 달빛으로 밤중에 등불로 삼는다. 청정하고 아름답다. 혼자 외딴 암자에서 자고 있었는데, 다 무너지고 오직 한 층만이 남아 있는 탑이 보였다. 이 탑은 실제의 탑일 수도 마음속의 탑일 수도 있겠다. 다 무너뜨려서 버렸지만 끝내 버리지 못한 욕망이나 회한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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