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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365일, 한시 365수 (322)

322. 한양가던 길[赴京], 송시열

by 박동욱

322. 한양가던 길[赴京], 송시열

푸른 물은 성난 듯 시끄러웠고

푸른 산은 화난 듯 잠자코 있네.

산과 물의 생각을 조용히 보니

빈번하게 오간다 비웃고 있네.

綠水喧如怒 靑山黙似嗔

靜看山水意 應笑往來頻


[평설]

한양으로 가는 발걸음이 천근만근 무겁다. 임금이 부르니 내키지는 않았지만, 하는 수 없이 한양으로 길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가던 길에 만난 물은 성난 것처럼 시끄럽기만 하고, 가던 길에 본 산은 화난 것처럼 인상을 잔뜩 쓰고 있다. 아마도 산과 물은 자주 한양을 왔다 갔다 하는 자신을 비웃고 있는 것만 같다. 그의 예감이 맞았던 것일까? 이 벼슬길이 결국은 유배와 사사(賜死)로 이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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