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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365일, 한시 365수 (328)

328. 언젠가 말하리라[浪吟], 박수량(朴遂良)

by 박동욱

328. 언젠가 말하리라[浪吟], 박수량(朴遂良)

벙어리에 귀먹은 지 오래됐지만

여전히 두 눈만은 그대로 있네.

어지럽고 어수선한 세상일들은

볼 수는 있다지만 말할 순 없네.

口耳聾啞久 猶餘兩眼存

紛紛世上事 能見不能言


[평설]

박수량은 청백리로 유명했던 인물이다. 입을 닫아 벙어리처럼, 귀를 막아 귀머거리처럼 처신한 지 이미 오래되었다. 반면 눈은 여전히 뜨고 있으니 옳다 그르다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 그렇지만 지금 당장 복잡하고 미묘한 세상일에 대해서 함부로 말을 할 수는 없다. 이 시는 언외의 뜻이 숨겨져 있다. 지금은 상황상 말할 수 없지만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던 일들을 언젠가 당당하게 말하겠다는 다짐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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