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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365일, 한시 365수 (329)

329. 색다른 눈송이[梨花], 이개(李塏)

by 박동욱

329. 색다른 눈송이[梨花], 이개(李塏)

정원은 깊숙하고 봄날은 화창한데

배꽃이 두루 피어 참으로 자욱하네.

꾀꼬리는 참으로 정겨움 없어서는

가지를 스쳐 가니 뜰에 눈 가득하네.

院落深深春晝淸 梨花開遍正冥冥

鶯兒儘是無情思 掠過繁枝雪一庭


[평설]

화창한 봄날에 정원을 보니 배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그런데 꾀꼬리가 배꽃이 핀 가지를 건드리고 지나갔다. 꾀꼬리가 무정하고 야속하다. 그러자 온 뜰에 배꽃이 떨어져서 마치 눈이 내린 것 같다. 갑작스레 찬란하게 꽃 핀 봄이 서늘하게 눈 내리는 겨울로 바뀐 것만 같다. 떨어진 배꽃을 아쉬워해야 할까? 때아닌 눈이 쌓인 것을 기뻐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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