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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365일, 한시 365수 (331)

331. 손끝에 남은 향기[小樂府], 이제현

by 박동욱

331. 손끝에 남은 향기[小樂府], 이제현

빨래하던 시냇가에 늘어진 버들 옆에

백마 탄 임, 내 손 잡고 속마음 터놓았네.

처마에 쏟아지는 석 달간 장맛비도

손끝에 남은 향기 차마 어이 씻으리오

浣沙溪上傍垂楊 執手論心白馬郞

縱有連簷三月雨 指頭何忍洗余香


[평설]

『고려사』에는 이 노래에 대한 사연이 나온다. 어떤 부인이 노역하다 외간 남자에게 손목을 잡히고 그 부끄러움을 씻을 길이 없어 이 노래를 지었다고 한다. 이제현은 이 내용을 가지고 전혀 다르게 재해석했다.

어떤 멋진 남자가 백마를 타고 나타나서 여자의 손을 잡고 고백을 했다. 아마 이 여자는 남편이 있는 사람으로 보인다. 이 남자는 손끝에 감촉과 향기만을 남긴 채 이 여자를 뒤흔들어 놓고 떠났다. 석 달간 줄기차게 내리는 장맛비로도 결코 지울 수 없는 짙은 향기가 손에 분명히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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