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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365일, 한시 365수 (332)

332. 안경(眼鏡), 목만중(睦萬中)

by 박동욱

332. 안경(眼鏡), 목만중(睦萬中)

남국에서 만들어진 벽옥(碧玉) 안경을

사랑방에서 나이 드셔 쓰시게 됐네.

등불 향하면 더욱 또렷해지고

안경 갑에서 꺼내면 더욱 곱도다.

눈 밖으로 천지는 크게 보이고

눈썹 새에 해와 달 달려 있는 듯.

책상 위에 놓여 있는 만권의 책

노안은 온통 네 힘 빌려야 하지.

南國碧玉鏡 高堂白髮年

向燈逾歷歷 出匣更娟娟

膜外乾坤大 眉間日月懸

床頭萬卷在 老眼爾多權


[평설]

이 시는 목만중이 12살 때 지은 것이다. 할아버지 목경연(睦慶衍)이 안경이란 제목으로 시를 지어보게 시키자,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읊었다고 한다.『삼명시화』에도 실려져 있다. 할아버지는 외국에서 구해온 안경을 늘그막에 쓰게 되었다. 안경은 등불 앞에선 더 환히 보이고 안경 갑도 예쁘게 생겼다. 노안 땜에 할아버지가 그동안 책 읽기가 어려웠는데, 이제 안경을 구해서 도움을 받아 온갖 책을 읽게 되었다. 할아버지의 기쁨을 함께 기뻐해 주는 열두 살 꼬마의 속이 꽉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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