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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365일, 한시 365수 (333)

333. 문 앞에 선 사람[龜村路上 見流丐彷徨村家門外 其狀可憐], 권구

by 박동욱

333. 문 앞에 선 사람[龜村路上 見流丐彷徨村家門外 其狀可憐 辛丑], 권구(權榘)

복숭아꽃 활짝 폈고 새들은 우짖는데,

물가 성곽 해가 질 때 밥 짓는 연기 나네.

온종일 빈 표주박 오직 손에 있었는데

말없이 문 보면서 울음을 삼키었네.

桃花灼灼鳥嚶嚶 水郭斜陽煙火生

盡日空瓢惟在手 望門無語暗呑聲


[평설]

꽃은 피고 새는 울고 밥 짓는 연기가 피어오른다. 이런 평화로운 풍경과는 전혀 다른 모습도 있었다. 어떤 집 앞에 서 있는 거지의 모습이다. 표주박 하나만 손에 쥔 채 어떤 집 문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눈물도 흘릴 힘도 없는지 소리를 삼켜가며 속으로 울고 있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거절을 당했던 것일까? 빈 표주박에 음식을 채워 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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