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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365일, 한시 365수 (335)

335. 이[蝨]를 잡다[捫蝨], 이규보

by 박동욱

335. 이[蝨]를 잡다[捫蝨], 이규보

재상 되어 노상 이 잡고 있는 건

내가 아니면 다시 누가 있겠나.

어찌 활활 타는 화로 없겠냐마는

땅에다 던지는 게 내 자비이네.

宰相長捫蝨 非予更有誰

豈無爐火熾 投地是吾慈


[평설]

이[蝨]는 머리, 이불, 옷까지 달라 붙어 괴롭게 만든다. 60~70년대까지도 이는 흔히 볼 수 있었다. 옛날에 머릿니는 촘촘한 참빗 살로 빗어서 잡곤 했다. 그 후에는 DDT라는 살충제를 써서 박멸하였다. 이규보는 살아 있는 모든 것에 경외심이 있었던 사람이다. 징글징글한 이를 화로에 던져 태워 죽일 수도 있지만 땅에 놓아주어 달아나게 했다. 그는「슬견설(蝨犬說)」이라는 글을 써서 이를 다시는 잡지 않기로 맹세하기도 한다. 그의 이(蝨)에 대한 마음 씀씀이를 보면 평소에 사람을 어떻게 대했을지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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