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6. 농부를 대신해서 짓다[代農夫吟], 이규보
336. 농부를 대신해서 짓다[代農夫吟], 이규보
논바닥 엎드려서 비 맞으며 김을 매니
까무잡잡 못생긴 꼴 어찌 사람 모습이랴
부유한 집 자식들아 나같은 이 멸시 마라.
그대들 부귀 호사 농부에게 나오나니
帶雨鋤禾伏畝中 形容醜黑豈人容
王孫公子休輕侮 富貴豪奢出自儂
[평설]
시인은 농부가 되어 그들 대신 시를 썼다. 농부는 논바닥에 고개를 처박고 비를 연신 맞아가며 김을 맨다. 강렬한 햇빛, 비바람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얼굴이 상했으니 꼴이 말도 아니다. 부유한 집 자식들에게 일갈한다. 너희들이 지금 원래 너희들의 것처럼 누리고 있는 부귀와 호사가 어디에서 나왔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라. 그건 모두 농부들의 피와 땀에서 나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