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장섭(趙章燮),「한신(韓信)」
69. 경전을 읽었다면
風雲機變等孫吳(풍운기변등손오) 풍운같은 임기응변 손무, 오기 같아서는,
滅楚興劉是丈夫(멸초흥유시장부) 초 멸하고 유씨 일으킨 대장부였네.
曾讀聖經如鞱略(증독성경여도략) 일찍이 경전 읽길 도략처럼 하였다면
當年應不未央誅(당년응부미앙주) 당시에 미앙궁에서 죽임 당하지 않았으리.
조장섭(趙章燮),「한신(韓信)」
[평설]
한신의 신출귀몰한 임기응변은 손무(孫武)와 오기(吳起)같은 사람들과 비교해서 손색이 없었다. 춘추 시대의 손무와 전국시대의 오기는 모두 저명한 병법가이고 장수이다. 한신은 초나라를 정벌하고 한나라를 건국하는 데 결정적인 공을 세웠으니 대장부라 부를 만하다. 하지만 한신은 미앙궁에서 비참하게 최후를 맞이하였다. 만약에 도략(鞱略,병법서인 《육도(六韜)》와 《삼략(三略)》을 합칭한 말로, 병법을 의미하는 말로 쓰인다.)같은 병법서만 읽을 것이 아니라, 경전을 읽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라 했다. 한신은 병법에는 능했지만, 정치적인 판단에는 미숙했다. 결국 정치적 식견의 부족이 초치(招致)한 비운(悲運)이었다. 경서를 읽어서 인간에 대한 통찰과 삶의 본질에 대한 혜안을 가졌더라면, 다른 상황이 펼쳐졌을 수도 모른다.
[출전]
한국역대문집 DB,『韋堂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