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환, 「소상국(蕭相國)」
소하의 선명지명
置田竆僻不治垣 전답 외진 곳에 두고 담장 치지 않았으니,
綽綽家謨裕子孫 너그런 집안 가풍 자손들 풍요롭게 해줬네.
鳥盡弓藏何世界 새 잡으면 활은 보관되니 어떤 세상인가.
酇侯先見在隣藩 소하의 선견지명 옆에서 입증됐네.
강정환, 「소상국(蕭相國)」
[평설]
이 시는 소하(蕭何)의 처세와 선견지명을 노래한 작품이다. 소하는 자신의 전택(田宅)을 궁벽한 곳에 마련하고 담장도 치지 않고서 말하였다. “후세에 어진 자손이 나오면 내 검소함을 본받을 것이고, 어질지 못하더라도 권세가에게 빼앗기는 일이 없을 것이다.[後世賢, 師吾儉, 不賢, 毋爲勢家所奪.]”라 하였다. 그가 집안을 보존하기 위한 깊은 지혜에서 나온 행동이었다. 자손에게 물려줄 것은 정신적 가치이지 물질적 풍요가 아니다. 소하는 더 누릴 수도 있는 위치였지만 다 누리지 않았다. 3구는 한신의 비극적 최후를 암시한다. 한신이 제거될 때 했던 유명한 말이다. “꾀가 많은 토끼가 죽으면 날쌘 사냥개는 삶겨져 죽고, 높이 나는 새가 다 잡히면 좋은 활은 벽장 속에 보관된다.”
소하는 이미 권력의 무상함을 꿰뚫어 보고 처신을 조심했던 것인데, 결과적으로 한신의 비극적 최후는 그의 선견지명이 옳았음을 입증한 셈이 되었다. 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공을 세운 뒤에 처신이 훨씬 중요한 법이다. 한신은 공을 세우고서 우쭐했고 소하는 몸을 사렸다. 그것이 그들의 운명을 갈랐다. 한 사람은 죽임을 당했고, 다른 한 사람은 살아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