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좌우명-
할 말만 말하고 들을 만만 들어라
말이여! 말이여! 마음에서 말이 나와 전쟁도 일으키고 우호도 맺게 되니 어찌 말을 삼가지 않겠는가. 말할 때에 말을 하면 무슨 말에 해로움 있으리오. 문명의 시기에는 이러한 아름다운 말에 절을 했는데, 세상이 어지러울 때엔 이러한 추한 말을 좋아했네. 우제(虞帝)가 훈계를 내린 데에는 두려운 것이 교묘한 말이었고, 한나라 군주가 다스릴 때에 멀리한 것은 달콤한 말이었네. 진실로 추한 말은 미워하고 아름다운 말은 좋아한다면 모든 조정의 관원들이 날마다 아름다운 말 올릴 것이네. 나의 말 삼가고 남들 말 가려서 그 말들을 듣고 따른다면 말에 유익함이 있으리라. 그런 뒤에야 이로움이 있게 되면 말 없는 것보다 유익하리라.
言兮言兮. 因心而言, 興戎出好, 胡不愼言. 當言而言, 何害斯言. 時之文明, 拜斯昌言, 世之衰亂, 好斯莠言. 虞帝垂訓, 畏者巧言, 漢主爲治, 遠者利言. 苟疾莠言, 而好昌言, 凡百有位, 日進嘉言. 愼此己言, 揀彼人言, 于聽于從, 有得於言. 然後爲益, 益於無言.
-정조(正祖, 1752~1800), 「언잠(言箴)」-
[평설]
보통 사람에게도 말의 중요성이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 개인도 이러한데, 한 나라를 책임지는 국왕의 말이란 엄청난 책임과 무게가 뒤 따르기 마련이다. 윗사람이 말을 가려서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듣는 것도 중요하다. 듣기에 좋은 달콤한 말에만 빠진다면 신하들이 눈치만 보면서 아부와 아첨하는 말만 올리게 된다. 한 마디라도 신중하게 내 뱉고, 한 마디라도 진위를 가려서 듣는다면 나라가 저절로 바르게 될 수밖에 없다. 임금이 기분에 따라 아무 말이나 말하고, 시장 잡배만도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혹한다면 그러한 나라에 과연 희망이 있겠는가.
[어석]
전쟁도 나고 우호도 맺나니[興戎出好]: 정이천(程伊川)의 「사물잠(四勿箴)」중 언잠(言箴)에서 “하물며 말이란 지도리라 전쟁도 일으키고 우호도 맺게 하나니 길흉과 영욕이 오직 말이 부르는 바이네.[矧是樞機, 興戎出好, 吉凶榮辱, 惟其所召]”라 하였다.
아름다운 말에 절을 했고[拜斯昌言]: 우배창언(禹拜昌言)이란 말과 같다. 우왕은 도리에 합당한 말을 들으면 절을 하며 받아들였다는 말로, 『서경(書經)』 대우모(大禹謀)에 나온다.
우제가 훈계를 내린 것[虞帝垂訓]: 우제는 순(舜)임금을 가리킨다. 『주역』 태괘(兌卦)에 “구오는 양(陽)을 해치는 박을 믿으면 위태로움이 있으리라.[九五 孚于剝 有厲]” 하였는데, 그 전(傳)에서 정이천이 말하기를, “비록 순임금과 같은 성인이라도 말을 교묘하게 하고 낯빛을 좋게 하는 자를 두려워하였으니, 어찌 경계하지 않으랴. 기쁨이 사람을 미혹하게 함은 받아들여지기 쉬워 이처럼 두려워할 만하다.[雖舜之聖 且畏巧言令色 安得不戒也 說之惑人 易入而可懼也如此]”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