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앞에 붙인 글 29

–조선의 좌우명-

by 박동욱

좋아할 일 두려워할 일


유비자(有非子)가 무시옹(無是翁)을 찾아가서 말했다.

“요즘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인물을 평가했습니다. 어떤 이는 옹(翁)을 사람답다고 하고 어떤 이는 옹을 사람답지 않다고 합니다. 옹은 어찌하여 누군가에게는 사람 대접을 받고, 누군가에는 사람 대접을 받지 못하는지요.”

옹이 듣고 해명하였다.

“남들이 나를 보고서 사람답다 하여도 내가 기뻐할 것이 없고, 남들이 나를 보고서 사람답지 않다 하여도 내가 두려워할 것이 없습니다. 다만 사람다운 사람이 나를 사람답다 하고 사람답지 않은 사람이 나를 사람답지 않다고 하는 것이 낫습니다.

나는 나를 사람답다 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며, 나를 사람답지 않다 하는 사람이 어떠한 사람인지를 모릅니다. 사람다운 사람이 나를 사람답다 하면 나는 기뻐할 일이요. 사람이 답지 않은 사람이 나를 사람답지 않다 하면 나는 또한 기뻐할 일입니다. 그러나 사람다운 사람이 나를 사람답지 않다 하면 나는 두려워할 일이요, 사람답지 않은 사람이 나를 사람답다 하면 또한 두려워할 일입니다. 기뻐하거나 두려워하는 것은 마땅히 나를 사람답다 하고 나를 사람답지 않다 하는 사람이 사람다운 사람인지 여부를 살필 일입니다. 그러므로 오직 인(仁)한 사람이어야 능히 사람을 사랑할 수 있으며, 능히 사람을 미워할 수 있는 것입니다. 나를 사람답다 하는 사람이 인한 사람입니까? 나를 사람답지 않다 하는 사람이 인한 사람입니까?”라고 하였다. 유비자(有非子)가 웃으면서 물러갔다. 무시옹(無是翁)이 이것으로 잠(箴)을 지어 자신을 일깨웠다.

잠에 이른다.

자도(子都)가 잘 생긴 것이야 누구나 아름답다 하지 않으랴? 역아(易牙)가 만든 음식이야 누구나 맛있다 하지 않으랴? 좋아함과 미워함이 시끄러운 데 어째서 자신을 반성(反省)하지는 않는가?


有非子造無是翁曰, 日有群議人物者. 人有人翁者. 人有不人翁者. 翁何或圄人於人. 或不人於人乎. 翁聞而解之曰. 人人吾. 吾不喜. 人不人吾. 吾人懼. 不如其人人吾而其不人不人吾. 吾且未知. 人吾之人何人也. 不人吾之人何人也. 人而人吾則可喜也. 不人而不人吾則亦可喜也. 人而不人五則可懼也. 不人而人吾則亦可懼也. 喜與懼當審其人吾不人吾之人之人不人如何耳. 故曰油仁人爲能愛人. 能惡人. 其人吾之人仁人乎. 不人吾之人仁人乎. 有非子笑而退. 無是翁因作箴以自警. 箴曰 子都之姣. 疇不爲美. 易牙所調. 疇不爲旨. 好惡粉然. 盍求諸己.

-이달충(李達衷, 1309∼1385), 「애오잠(愛惡箴)」




[평설]

사람은 늘 평가를 받고 평가를 하며 살아가게 된다. 사람들의 평가를 모두 무시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모두 받아들일 필요도 없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사람이 꼭 좋은 사람이란 법은 없다. 내가 남들에게 평가받는 것은 크게 네 분류로 나뉘어 볼 수 있다.

첫째, 제대로 된 사람이 나를 사람답다고 평가한다면, 이거야 말로 내가 제대로 된 사람이란 뜻이다. 둘째, 제대로 되지 않은 사람이 나를 사람답지 않다고 평가한다면, 역설적으로 나는 제대로 된 사람이란 뜻이다. 셋째, 제대로 된 사람이 나보고 그렇게 살면 안 된다고 나무란다면, 나는 제대로 살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넷째, 제대로 되지 않은 사람이 나를 사람답다고 평가한다면 나도 역시 그처럼 제대로 못 살고 있다는 뜻이다. 앞에 두 개는 기뻐할 만 일이고 뒤에 두 개는 두려워할 만한 일이다.

평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평가의 주체가 누구냐가 중요하다. 평가의 주체가 잘못되었다면, 그런 사람에게 내려진 평가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왜 남들의 평가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가? 사람들의 평가에만 집착하다 보니 결국 나다운 나는 없고 남들의 평가 속의 나만 존재하게 되어 버린 것은 아닐까.


[어석]

유비자(有非子) 무시옹(無是翁): 유비(有非)와 무시(無是)는 모두 가공(架空)의 인물이다. 오직 인(仁)한 사람이어야 능히 사람을 사랑할 수 있으며, 능히 사람을 미워할 수 있는 것입니다.[油仁人爲能愛人. 能惡人]: 『논어』, 「이인(里仁)」에 “子曰, 唯仁者, 能好人, 能惡人”라고 했다.

자도(子都): 춘추시대 정(鄭)나라의 미남자

역아(易牙): 제나라 환공의 신하로, 음식을 잘 만들기로 유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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