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앞에 붙인 글 27

–조선의 좌우명-

by 박동욱

한도를 정해놓고 술을 마셔라

오직 술의 폐해는 한두 가지로 따지기 어렵다. 덕성은 이것 때문에 황폐해 지고, 일은 이것 때문에 그만두게 된다. 나의 정신을 소모시키고, 나의 위엄을 망가뜨린다. 병이 항상 술 때문에 생기고, 재앙이 항상 술 때문에 만들어진다. 나 한 사람의 경우만 하더라도 덕성을 쌓고 학문을 하는 일을 술 때문에 모두 망쳐 버렸으니 실로 나를 침범한 도적이라 할 만하다. 저들은 미혹하여 깨닫지 못하고 도적을 자식이라 인정했도다. 자신을 해침도 기꺼이 받아들이니 아! 지혜롭지 못하도다. 성인은 마음 내키는 대로 하여도 스스로 어지러운 데에 이르지는 않는다. 이 때문에 오직 술에 있어서도 주량의 한도가 있지 않으셨도다. 그러나 나와 같은 후학에 있어서는 애초부터 수양한 것이 없어서 만일 주량을 정해놓지 않는다면 방탕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석 잔 술에 약간 취기가 돌라치면 어긋남이 오히려 많은데 하물며 다시 (술에 취해) 정신이 가물거리면 그 실수가 어떠하겠는가. 아! 나는 못난 사람이라서 늘 술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평소의 일 떠올려보며 지난 허물을 깊이 슬퍼하도다. 이제부터라도 한도를 정할 것을 마음 속 깊이 경계하노니, 바라건대 재차 허물을 짓지 않아서 다시는 마음속으로 후회하지 않을 것이네.


惟酒之害, 難一二計. 德以之荒, 業以之廢. 耗我精神, 虧我威儀. 疾生恒斯, 禍作恒斯. 自吾一身, 於德於學, 酒皆敗之, 實我寇賊. 彼迷不覺, 認賊爲子. 甘心自戕, 嗚呼不智. 聖人從心, 自不及亂. 所以唯酒, 無有量限. 在我後學, 初無所養, 若不爲量, 能不流蕩. 三勺微醺, 所差尙多. 況復昏昏, 其失如何. 嗟余無似, 恒困於酒. 回想平生, 深悼往咎. 從今作限, 戒在心肺. 庶幾不貳, 更無底悔.

조익(趙翼, 1579~1655),「酒箴」




[평설]

조익(趙翼)은 김육의 대동법 시행을 적극 주장하였고, 성리학의 대가로서 예학(禮學)에 밝았다. 『국조인물고』에 “공은 성품이 술을 좋아하였으나, 뒤에 부모의 훈계로 다시는 술을 입에 대지 않았다”라 나오니 술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그도 자유롭지 못했던 것 같다.

술 때문에 생기는 문제가 어디 한 두가지 이겠는가. 덕성과 일, 정신과 위엄이 이것 때문에 망가지거나 해롭게 된다. 게다가 술은 병을 일으키기도, 화(禍)를 초래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술이 도적인데도, 자식처럼 여긴다. 성인(聖人)이야 원래부터 자기 조절이 가능한 사람이니, 정해진 주량이 있지 않아도 실수하는 법이 없다.『논어』, 「향당(鄕黨)」에 “술에 대해서만은 일정한 양을 정해 두지 않았는데, 어지러운 지경에는 이르지 않게 하였다.[唯酒無量 不及亂]”라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보통 사람은 주량을 정해 놓지 않으면 실수를 저지르기 십상이니 조심하며 마시지 않을 수 없다. 술자리만 가지게 되면 새벽이 밝아 올 때까지 자리를 지키고, 주사(酒邪)를 부리고도 부끄럽지 않다면 그런 사람은 술 마실 자격이 있겠는가.

[어석]

저회(底悔): 마음속의 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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