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365일, 한시 365수 (373)

by 박동욱

373. 며느리의 아침잠[代新婦言懷呈其代人翁五絶], 이제영(李濟永)

시어머니 내 새벽잠 달게 잔다 꾸짖지만

어머님도 저녁잠을 즐기심 알고 있네.

시아버지께 뭐가 맞나 판결을 청해보니

저녁잠은 아낙네, 아침잠은 사내에게 좋다시네.

阿姑嗔我曉眠甘 姑嗜昏眠我熟諳

就訟舅前優判得 昏眠宜女曉宜男


[평설]

이 시는 고부간의 일상적 실랑이를 해학과 지혜로 풀어낸 작품이다. 시인은 새 며느리를 맞이하고 사돈을 위로하기 위해 이 시를 지었다. 시어머니는 저녁이 되면 맥을 못 추고 잠자리에 일찍 들지만, 며느리는 이른 새벽 기상이 어렵기만 하다. 이처럼 고부간에 잠이 많이 쏟아지는 시간이 다를 뿐이지만 매번 며느리만 시어머니에게 지청구를 듣는다.

시아버지의 판결 - "저녁잠은 여인에게, 아침잠은 남자에게 어울린다" - 은 겉으로는 시어머니의 손을 들어주는 것 같지만, 그 안에는 가족 모두를 위한 깊은 배려가 담겨 있다. 나이 든 아내의 이른 저녁잠을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남자'라는 표현을 통해 자신의 아들을 지칭함으로써 며느리의 늦잠도 자연스럽게 용인한 것이다. 아들이 늦잠을 자니 며느리도 늦잠을 잘 수밖에 없다는 논리로, 양쪽 모두를 아우르는 지혜로운 중재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이 시는 단순한 해학을 넘어, 가족 구성원 하나하나의 사정을 세심하게 살피고 보듬어 내는 마음을 담아냈다. 더구나 이 시를 사돈에게 보냄으로써, 사랑하는 딸을 멀리 시집보낸 부모의 마음마저 헤아리고 있다.


[참고]

통상 이 시의 해석에서 시아버지는 늙은 아내를 편들고 자신의 늦잠도 옹호한 것으로 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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