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365일, 한시 365수 (372)

by 박동욱

372. 한밤중의 공부[夜坐有感], 이병휴

가을 집에 밤기운 맑기만 한데

바로 앉아 깊은 밤에 이르렀다네.

나 홀로 하늘에 뜬 달 사랑하니

사람 또한 저절로 밝지는 않네.

秋堂夜氣淸 危坐到深更

獨愛天心月 無人亦自明


[평설]

가을밤 학문 정진의 고요한 순간을 담았다. 맑은 가을밤에 기운이 가득하다. 야기(夜氣)는 한밤에 만물의 생장(生長)을 돕는 맑은 기운으로, 인의(仁義)의 마음을 자라나게 한다고 한다. 맹자는 이를 보존하고 기르는 것을 수양의 방법으로 삼았다. 시인은 한밤중이 되기까지 자세도 흐트러뜨리지 않았다.

깊어가는 밤에 시인은 하늘 한가운데 떠 있는 달을 홀로 바라본다. 달이 태양을 받아 밝아지듯, 사람도 스승의 가르침이 있어야 밝은 경지에 이를 수 있음을 노래했다.

이병휴는 장희빈을 변호하다 장살당한 이잠의 양자다. 그가 달을 사랑한다고 한 것은 권력의 중심에서 멀어져 학문에 정진하며 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이처럼 은자의 고고한 정신과 학자의 겸허한 자세가 조화를 이룬 작품이다.


[참고]

4구의 번역은 두 가지로 해석이 가능하다. 첫째는 “사람 또한 저절로 밝지는 않다네” 둘째는 “사람 없어도 스스로 밝아서라네” 여기서는 첫 번째 것을 채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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