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365일, 한시 365수 (371)

by 박동욱

371. 스쳐 가는 봄[傷春], 신종호(申從濩)

차 한 잔 마시고서 살짝 잠에 빠졌는데

담 너머 피리 소리 귓전에 들려오네.

제비는 오지 않고 꾀꼬리도 떠나는데

온 뜰에 붉은 꽃이 소리 없이 지는구나.

茶甌飮罷睡初輕 隔屋聞吹紫玉笙

燕子不來鸎又去 滿庭紅雨落無聲


[평설]

봄날의 정취를 아름답게 그려낸 작품이다. 차를 마시고 살포시 잠이 든 시인의 귓가에 담장 너머 피리 소리가 들린다. 피리 소리는 잠결에 들려와 더욱더 몽환적으로 다가온다. 제비는 보통 봄이 되어야 날아오는 새이다. 아직 제비가 오지 않았다는 것은 아직 완연한 봄이 되지 않았음을 말한다. 반면 꾀꼬리는 봄에 와서 여름이 되기 전에 떠나는 새다. 이미 꾀꼬리가 떠나려 한다는 것은 봄이 저물어 가고 있다는 의미다.

이렇게 시인은 ‘제비는 아직 오지 않았는데 꾀꼬리는 벌써 떠나려 한다’라는 표현으로 찰나처럼 스쳐 가는 봄을 안타깝게 노래한다. 이는 단순한 계절의 변화를 넘어 인생의 덧없음과 시간의 무상함을 함께 말한 것이다. 마지막 구절에서는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지는 붉은 꽃잎들을 통해 시인의 쓸쓸한 심사를 표현했다. 이처럼 화려한 붉은빛과 고요한 낙화의 대비, 피리 소리와 꽃잎 지는 적막의 교차는 시의 여운을 한층 깊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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