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4. 꿈에 본 어머니[靈顯庵 夢慈堂], 남효온(南孝溫)
먼 나그네 어머님 떠난 지 사십 일이 되니
찢어진 적삼에는 벼룩과 이 새끼 깠네.
편지 써서 종 편에 보내며 간곡히 말했더니
꿈속 넋 편지보다 앞서 사립문에 이르렀네.
遠客辭親四浹旬 破衫蚤蝨長兒孫
裁書付僕重重語 魂先歸書到華門
[평설]
이 시는 남효온이 1482년(당시 나이 29세) 영현암에서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썼다. 그는 소릉(昭陵) 복위 운동이 좌절된 뒤 방황한다. 그러다가 어머니의 권유로 영현암으로 들어가 과거 공부를 시작했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다시 영현암(靈顯庵)을 떠나고 말았다.
어머니와 헤어진 지 불과 40일 만에 상거지 꼴이 되었다. 남효온은 어머니가 더더욱 그리워졌다. 편지에 그리움을 담아 종에게 맡겼지만, 어머니의 답장이 도착하기도 전에 꿈속에서 어머니를 뵙게 된다. 자식을 향한 어머니의 마음과 어머니를 향한 아들의 그리움이 꿈으로 이어진 것이다.
누추한 처지를 드러내는 찢어진 옷과 벼룩, 종에게 전하는 간절한 마음, 그리고 답장보다 먼저 찾아온 꿈이 모자의 정을 절절하게 전한다. 방황하는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과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아들의 마음이 꿈에서 하나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