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365일, 한시 365수 (375)

by 박동욱

375. 촌 사람의 탄식[辛卯歲。自春徂夏。不雨。種不得播。川澤俱渴。悶甚有作], 김안국(金安國)

밝은 해 아침마다 하늘에 뜨고

구름 끼나 빗줄기 내리지 않네.

여름 가면 그 무슨 소용 있으리

촌사람의 마음이 웃을 만하네.

杲日朝朝出 遮雲不作霖

過夏何所用 堪笑野人心

[평설]


이 시는 김안국이 신묘년(1531년)에 극심한 가뭄 속에 지은 작품이다. 봄부터 여름까지 이어진 가뭄으로 파종조차 못 하고 있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떠오르는 태양은 가뭄의 고통을 더하고, 비를 기대하게 하는 구름마저 헛된 희망으로 스러져간다.

3구는 여름이 지나면 농사철을 놓치게 된다는 절박함이 담겨 있다. 4구는 글자 그대로의 '웃음'이 아닌 자조를 의미한다. 1519년 겨울에 조광조(趙光祖) 사건에 연루되어 파직되었는데, 이 시기까지는 한갓 야인으로 지내고 있었다. 그러니 이 시구에서는 야인으로서 가뭄에 시달리는 백성들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고 있다.

자연 현상에 대한 관찰에서 시작하여 자신의 무력감으로 이어진다. 가뭄이라는 자연재해는 시인의 처지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벼슬에서 물러나 한낱 야인이 된 선비의 깊은 자조와 한탄이 절절하게 배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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