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365일, 한시 365수 (376)

by 박동욱

376. 집으로 오는 길에서[途中卽事], 김안국(金安國)

하늘 끝 나그네는 세월이 아쉬운데

천 리에서 집 생각뿐 돌아가진 못하였네.

온 길의 동풍을 봄이 맡고 있진 않지만

들 복숭아꽃 주인 없이 저절로 꽃 피웠네

天涯遊子惜年華 千里思歸未到家

一路東風春不管 野桃無主自開花


[평설]

이 시는 1506년 중국 사신을 맞이하는 원접사(遠接使)의 종사관(從事官)으로 의주에 갔다오는 남행길에서 지은 작품이다. 아리따운 봄날을 누릴 수 없는 공무의 아쉬움이 배어 있다.

의주에서 돌아오는 길이지만, 바로 고향으로 갈 수 없는 처지다. 시간은 의지와 무관하게 흐르고, 고향을 향한 그리움이 깊어만 간다. 봄바람 부는 길을 걸으면서도 봄의 정취를 느끼지 못한다. 길 위에 부는 봄바람은 그의 무거운 마음과는 아무 상관없이 불어오고, 주인 없이 피어난 들판의 복숭아꽃은 오히려 그의 외로움을 더한다. 꽃과 시인은 모두 제 곳을 찾지 못한 채 봄날을 방황하고, 이 풍경은 시인의 애잔한 심사와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이렇게 화자는 화사한 봄날 너머에 도사린 덧없음과 객수의 서러움을 절실히 그려낸다.

시상은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에서 시작해 봄날의 풍경으로 옮겨간다. 들판에 피어난 봄꽃은 오히려 귀향을 재촉하는 마음만 더한다. 공적 임무를 수행하는 관리이면서도 한 사람의 아들로서 고향을 그리워하는 정감이 섬세하게 표현되었다. 그래도 돌아갈 고향과 기다리는 부모가 있기에, 이 그리움은 오히려 따뜻한 위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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