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365일, 한시 365수 (377)

by 박동욱

377. 잠 못 이루는 밤[不寐], 홍길주(洪吉周, 1786~1841)

역참에서 밤중에 잠 못 이루는데

가을 등불 그림자 저절로 흔들대네.

터진 이불에 빈대 자주 모였고

무너진 벽 틈으로 고양이 들어왔네.

꾸물꾸물 날 새는 데 인색하였고,

주룩주룩 아침까지 비 쏟아지네.

이 안에서 더 자긴 어려운데다

더군다나 산과 바다 부르지 않나?

不寐郵村夜 秋燈影自搖

綻衾頻集蠍 頹壁巧容猫

冉冉天慳曙 颼颼雨達朝

此中難更住 何況海山招


[평설]

이 시는 홍길주가 동해 여행 중 역참에서 보낸 불면의 밤을 생생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낯선 잠자리의 불편함과 떠나는 길의 설렘이 어우러져 있다.

적막한 밤, 흔들리는 등불 아래 잠을 이루지 못한다. 터진 이불 사이로 빈대가 들끓고, 무너진 벽 틈으로는 고양이까지 들어와 쳐다본다. 꾸물대며 더디 흐르는 시간과 멈추지 않고 쏟아지는 빗소리는 불면의 고통을 더해준다.

하지만 이 모든 불편함 너머에는 자신을 부르는 산과 바다가 있다. 여정이 주는 설렘이 잠 못 드는 고통을 견디게 한다. 낯선 잠자리의 불편함과 다가올 여행의 기대감을 한 폭의 그림처럼 선명하게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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