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365일, 한시 365수 (492)

by 박동욱

492. 봄비에 지는 매화[梅], 정포

죽도록 사랑스런 매화 꽃봉오리 진흙에 묻히는데

비바람 온 산 휩쓰니 어찌할 도리 없네.

맑은 향기 있다지만 뉘라서 알아주리

복사꽃과 오얏꽃만 심는 일이 날마다 늘어가네.

死憐梅蕊委泥沙 風雨漫山可奈何

縱有淸香誰見賞 競栽桃李日來多

[평설]

이 시는 지는 매화를 바라보는 절절한 심정을 담았다. 이때 정포는 37세의 젊은 나이에 병고에 시달렸다. 비바람에 지는 매화의 모습에서 자신의 처지를 보았는지도 모르겠다. 사랑스러운 매화가 져서 진흙에 묻혔다. 지는 것도 안타까운데, 진흙 속에 떨어져 버렸다. 특히 매화가 떨어진[落] 것이 아니라 버려진[委] 데에서 상심은 더할 수밖에 없다. 온 산을 휩쓰는 비바람에 매화를 지켜낼 방도가 없듯, 병마와 싸우는 일도 이와 다르지 않다.

세상에는 매화의 맑은 향기가 가지는 고결한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없어졌다. 오로지 보기에 좋은 복사꽃과 오얏꽃만을 높게 평가한다. 언제나 정당한 가치를 온전하게 평가받는 일은 드물었다. 꽃도 지고 나도 진다. 매화처럼 아름다운 향기를 지녔으나, 사람들은 언제나 복사꽃과 오얏꽃에만 관심을 두었다. 나는 버려졌다가 사라져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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