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한(楚漢)의 영웅 한시로 만나다 101

윤현(尹鉉), 「詠史 言或不中, 事或過情, 欲攄未發之意, 以觀用心之地」,

by 박동욱

101. 두 나라를 망친 장량

報了強秦覇業殘(보료강진패업잔) 진나라 보복해서 패업을 무너뜨렸건만

尙依隆準冒艱難(상의융준모간난) 오히려 유방 따라 고난을 견뎌냈네.

樹國詭謀誠誤漢(수국궤모성오한) 나라 세운 간사한 꾀 참으로 漢나라 그르쳤고

請籌銷印豈忠韓(청주소인기충한) 계책 내고 인장 녹임 어찌 韓나라에 충성이랴

윤현(尹鉉), 「詠史 言或不中, 事或過情, 欲攄未發之意, 以觀用心之地」, ‘張良’


[평설]

이 시는 장량에 대해 완전히 다른 해석을 시도했다. 장량은 남다른 처신으로 대개의 시인이 호평하는 인물이다. 장량은 한(韓) 나라의 원수를 갚기 위해 박랑사(博浪沙)에서 진시황을 저격했다. 비록 실패했지만, 결국 진나라 멸망에 기여하여 복수를 완료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리고는 한(漢)나라 유방을 위해 온갖 고난을 함께 하였다.

3구에서는 장량이 내놓은 여러 계책이 한나라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었다고 했다. 청주(請籌)는 보통 차주(借籌)와 차저(借箸)와 같은 말로, 젓가락을 빌린다는 뜻으로 모신(謀臣)이 임금 앞에서 작전 계획을 세우는 것을 말한다. 한고조(漢高祖) 유방(劉邦)이 장량(張良)에게 역생(酈生)의 말을 들려주며 의견을 물었다. 그러자 장량이 “신이 앞에 있는 젓가락을 가지고 대왕을 위해 계책을 세워 보겠습니다.”라고 하고는, 그 자리에서 대책을 세워, 마침내 유방이 천하를 차지하게 하였다.

또, 소인(銷印)은 인수를 녹인다는 말이다. 기원전 204년 항우(項羽)가 한왕(漢王 유방)을 형양(滎陽)에서 포위하자, 한왕은 역이기(酈食其)의 계책을 따라 육국(六國)의 후손을 세우고 봉인(封印)을 주어서 초(楚)나라의 권세를 뒤흔들고자 하였다. 인장을 새기라고 명하고 얼마 되지 않아 장량(張良)이 밖에서 들어왔다가 이 계책이 불가한 이유를 여덟 가지로 들어 반대하자, 한왕은 먹고 있던 밥을 뱉으며 어리석은 유생 놈 때문에 대사를 그르칠 뻔했다고 욕하고는 새긴 인장을 빨리 녹이라고 명하였다. 이 두 가지 모두 장량이 한고조 유방을 위해 내놓은 계책이었다.

시인은 장량을 진정한 충신이 아니라 개인적 복수심과 출세욕에 휘둘린 인물로 해석한다. 특히 한(韓)나라 유민(遺民)으로서의 정체성과 한나라 신하로서의 역할 사이에서 일관성을 잃었다고 보았다. 결국 한(韓)나라에 대한 충성도 한(漢)나라에 대한 국정 역시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고 평가한 셈이다. 이러한 평가는 다소 인색해 보일 수 있으나, 장량을 새로운 시각에서 재해석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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