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 살에 읽는 좋은 생각 맑은 글 6

도륭(屠隆)의 사라관청언(娑羅館淸言)

by 박동욱

6. 베개 위의 즐거움

길에는 붉은 먼지 날리고 강에는 흰 물결 일렁이니, 남쪽에 앉아 백성을 다스리는 권세도 좋고, 꽃밭의 달빛과 소나무 아래의 시원한 바람도 좋지만, 내 북쪽 창의 한 개 베개만 못하네.

道上紅塵, 江中白浪, 饒他南面百城; 花間明月, 松下凉風, 輸我北窗一枕.


[평설]

세상은 붉은 먼지처럼 번잡하고, 흰 물결이 일렁이듯 소란스럽다. 남들이 높은 지위에 올라 많은 백성을 거느리며 으스대도 그 부귀는 별 볼 일 없다. 꽃밭의 달빛과 소나무 아래의 바람도 북쪽 창가에서 베개를 베고 편안하게 쉬는 즐거움만 못하다.

북창은 시원한 바람이 드는 곳이고, 베개는 마음 편히 쉬는 시간을 뜻한다. 세상의 모든 권세와 부귀영화, 심지어 자연의 아름다움까지도 이 소박한 휴식의 즐거움에는 못 미친다. 진정한 안식은 권력이나 자연의 아름다움을 초월하는 법이다.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 북쪽 창에 베개를 베고 세상 모든 것을 잊어본다.


[참고]

남면백성(南面百城): ‘남면’은 고대 중국에서 군주가 남쪽을 향해 앉는 것을 의미하며, ‘백성’은 많은 도시와 백성을 다스리는 권세와 부귀를 상징한다.


북쪽 창의 한 개 베개: 북쪽 창가는 시원한 바람이 드는 곳으로, 고요하고 한가로운 삶을 상징한다. 도연명의 「여자엄등소(與子儼等疏)」에 “오뉴월 중에 북창 아래에 누워 있다가 서늘한 바람이 잠깐 지나가기라도 하면, 스스로 희황 시대의 사람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北窓下臥 遇涼風暫至 自謂是羲皇上人]”라는 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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