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륭(屠隆)의 사라관청언(娑羅館淸言)
8. 마음이 쓰이는 한 가지
늙어서 모든 인연이 다 한 줄 깨닫게 되니, 어찌 사람의 옳고 그름을 따지랴. 그렇지만 봄이 오면 여전히 마음에 걸리는 일이 하나 있으니, 오직 꽃이 피고 지는 것이다.
老去自覺萬緣都盡, 那管人是人非 ; 春來尙有一事關心, 只在花開花謝
[평설]
나이 들어서야 모든 인연이 얼마나 덧없는 줄 깨닫게 된다. 그러니 누군가가 옳다 그르다 따지는 것처럼 한심한 노릇도 없다. 그동안 얼마나 헛된 인연에 마음을 쓰며 살아왔던가. 그런데 아직도 마음이 가는 일이 하나 있다. 봄날 꽃이 폈다 지는 일이다. 꽃이 피고 지는 일은 찰나의 아름다움 속에 생의 영원한 순환을 담고 있다. 어디서 왔다 어디로 가는가? 세상의 시비와 인연에서 발자국 물러섰지만, 여전히 근원적 질문 앞에선 마음이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