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륭(屠隆)의 사라관청언(娑羅館淸言)
26. 대숲 바람과 매화 달빛 머무는 서재
대숲 사이로 한 줄기 바람 불어와 차 달이는 화로의 성긴 연기를 흩날리고, 매화 가지 걸린 반달이 서재 창가에 남은 눈을 비추니, 진실로 사람의 마음과 뼈가 청량해져, 온몸의 기운이 신선(神仙)처럼 맑아진다.
竹風一陣, 飄颺茶竈疏煙; 梅月半彎, 掩映書窓殘雪. 眞使人心骨俱冷, 體氣欲仙.
[평설]
이 글은 겨울밤 서재에서 느끼는 청정(淸淨)하고 신비로운 순간을 그려냈다. 대숲 사이로 스치는 바람이 차 연기를 흩날리며, 자연과 인간이 하나로 어우러진다. 매화 가지에 걸린 반달이 창가의 남은 눈을 비추는 모습은 고요함 속에서 정신을 맑게 하는 듯한 감각을 선사한다. 이처럼 완벽한 자연의 조화 속에서 인간은 마음과 몸이 함께 청정해져 마치 신선이 된 듯한 경지에 이른다. 모든 번잡함이 사라지고 오직 맑고 깨끗한 기운만이 온몸을 감싸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