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현, 「괴통(蒯通)」
132. 팽형도 면한 말솜씨
嫉功樂禍亡三儁(질공락화망삼준) 공 시기하고 화 즐겨서 세 준걸 망쳐놓고
肆辯邀名起兩臣(사변요명기양신) 말솜씨로 명성 구해 두 신하 기용했네.
其主一言能免鑊(기주일언능면확) 주인 위했단 한 마디로 팽형을 면했으니
豈如緘口廟中人(기여함구묘중인) 어찌 입 다문 사당 앞 금인과 같겠는가
이제현, 「괴통(蒯通)」
[평설]
이 시는 괴통을 삼분지계의 설계자이자 모략가로 해석한다. 1, 2구는 역이기(酈食其), 전횡(田橫), 한신(韓信)을 파멸로 이끈 반면에, 동곽 선생(東郭先生)과 양석군(梁石君)을 조참(曹參)에게 추천하여 등용시켰다. 그의 말솜씨는 한 사람의 성패를 쥐락펴락하였다.
한신은 죽기 직전 괴통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을 후회하였다. 후에 고조가 괴통을 잡아 팽형에 처하려 하자 “개는 각각 자기 주인을 위해 짖을 뿐입니다.”라는 기막힌 변명으로 풀려났다. 괴통은 말재주로 남들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했지만, 끝내 자신의 목숨도 구원했다. 그러니 입을 꾹 닫고 있는 금인(金人)보다 나은 셈이다. 무조건 입을 닫고 있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적절한 말 한마디가 자신을 구해 내는 무기가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