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한(楚漢)의 영웅 한시로 만나다 131

정사신(鄭士信),「장량을 읊어서 아이에게 보여주다[詠張良示兒]」

by 박동욱

131. 제왕의 스승이 된 장량

漢祖龍飛逐鹿時(한조룡비축록시) 한고조 용처럼 날아 사슴을 쫓을 때에

景從三傑共追隨(경종삼걸공추수) 삼걸이 그림자처럼 함께 따랐다네.

誰知鳥盡弓藏後(수지조진궁장후) 누가 알았으랴, 새 사라지면 활 감춰진 뒤

獨有超然帝者師(독유초연제자사) 홀로 초연하게 황제의 스승으로 있었을 줄을

정사신(鄭士信),「장량을 읊어서 아이에게 보여주다[詠張良示兒]」


[평설]

사슴을 쫓는다는 것은 제왕의 자리를 다툼을 말한다. 한고조 유방이 천하를 놓고 싸울 때에 장량, 소하, 한신이 그림자처럼 따랐다. 그렇지만 한고조가 천하를 통일한 뒤에 이 세 사람의 운명도 갈렸다. 막강한 한신은 제일 먼저 제거되었다. 여기서 소하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지만, 소하 역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납작 엎드려 용서를 빈 뒤에야 간신히 목숨을 보전할 수 있었다. 장량은 신선이 된다는 이유를 대며 초연하게 떠났다. 그로 인해 군신의 위계를 벗어나 도의적인 스승의 위치에 서게 되었다. 시인은 이 시를 지어 아이에게 보여주었다. 삶에서 능력보다 중요한 것은 물러설 줄 아는 지혜임을 가르쳐 준 것이다. 진정한 승리는 천하를 얻는 것이 아니라, 천하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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