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 의제를 죽이며 자신도 망하다
楚猴眞箇似狂童(초후진개사광동) 초나라 원숭이 그야말로 미친 아이 같아
下手江中萬事窮(하수강중만사궁) 강 속에서 손을 써서 모든 일 궁해졌네.
大訟一痕分勝負(대송일흔분승부) 천하 쟁패 한번 흠결로 승부가 갈렸으니
三軍縞素豈純忠(삼군호소기순충) 삼군이 입은 상복 어찌 순수한 충심이랴.
황섬(黃暹), 「항우가 의제를 시해하다[項羽弑義帝]」
[평설]
항우의 몰락에는 의제 시해 사건이 결정적이었다. 자신이 세운 의제를 제 손으로 죽인 어처구니없는 실착을 했다. 시인은 그런 행위를 미친 아이와 같았다고 하며 강력하게 비판한다. 2구는 침강(郴江)가에서 경포(黥布)를 시켜 의제를 살해한 일이 얼마나 심각한 자충수였는지를 폭로한다. 유방과 항우가 천하를 놓고 겨룬 대결은 항우가 의제를 죽인 사건 하나로 승부의 축이 유방에게 기울고 말았다. 유방은 삼군에게 상복을 입혀 의제를 애도하게 하고, 항우를 역적으로 규탄하였다. 상복을 입은 행위도 의제를 향한 순수한 충성심의 발로라기보다 천하를 얻기 위한 고도의 정치적 쇼였다. 정치는 명분을 놓고 실리를 얻는 게임이다. 각자의 속마음이 어떠하든, 명분이 그들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항우는 한순간의 실책으로 실리와 명분을 모두 잃었고, 유방은 그 빈자리를 차지하며 실리와 명분을 모두 거머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