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세상에서 나를 지키는 조선의 스무 가지 원칙

4. 해분(解紛): 꼬인 매듭을 푸는 지혜

by 박동욱

4. 해분(解紛): 꼬인 매듭을 푸는 지혜

“타인은 지옥이다.” 사르트르의 말이다. 사람이 모인 곳에는 늘 갈등이 일어난다. 피를 나눈 형제도 돈 앞에서는 남보다 못하게 되기도 하고, 뜻을 같이하던 친구라도 하룻밤 실수에 원수가 되기도 한다. 조선시대는 가문과 당파로 조밀하게 얽혀 있어서 갈등의 요소가 더욱 많았다. 억울한 누명 때문에 죽음의 위기에 서거나, 사소한 말실수로 가문이 멸문지화의 위기에 빠지고, 당파 싸움에 휘말려 개인의 운명이 극심하게 요동쳤다.

중요한 건 갈등 자체가 아니라 갈등을 푸는 방법이다. 손변은 유언 속 아버지의 참뜻을 읽어내 남매를 화해시켰고, 박은과 백인걸은 자신을 쫓아냈던 원수들에게 복수 대신 은혜를 베풀었다. 정광필은 숙청의 위기를 노련한 기지로 넘겼고, 유성룡은 촌철살인의 한 마디로 격노한 왕의 마음을 누그러뜨렸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걸고 변호한 진복창의 의리, 억울한 연루자를 막기 위해 임금의 옷자락을 잡겠다고 나선 유기평의 용기도 인상적이다.

인간관계는 정답이 없다. 똑같은 일이라도 반응이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누구에게 평이하게 용납되는 일이 누구에게는 절대로 용납될 수 없는 일이 되기도 한다. 차라리 사람을 만나지 않으면 골머리를 썩일 일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사람과 담을 쌓고 산속의 자연인으로 살 수는 없다. 복잡한 인간관계의 해법이 딱 떨어지는 정답은 없을지라도 근사치는 찾을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흔들리는 세상에서 나를 지키는 조선의 스무 가지 원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