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세상에서 나를 지키는 조선의 스무 가지 원칙

호랑이가 보답한 은혜

by 박동욱

호랑이가 보답한 은혜

유성이 젊어서 소년들과 성거산에 놀러 갔을 때, 큰 호랑이가 수풀 속에서 죽었고 곁에 새끼 두 마리가 있었는데 거의 굶어 죽을 지경이었다. 소년들이 모두 큰 호랑이의 가죽을 벗기고 뼈를 취하며 새끼들마저 죽이려 하자, 유성이 말했다. “죽은 것은 더러우니 가까이할 수 없고, 새끼 두 마리는 어미를 잃었으니 어찌 차마 해를 가하겠습니까?” 힘으로 다투어 막았다. 유성이 새끼들에게 먹이를 주고 품에 안고서 집에 데려와서 길렀다. 4, 5개월이 지나 점차 자라 달려서 뛰어 오를 때가 되자, 휙휙 하고 바람 기운이 일었으며 사람을 보면 성내어 물려는 모습을 보였다. 집안사람이 매우 두려워하고, 유성도 후환이 있을까 염려하여 집 뒤 산골짜기로 옮기고 날마다 밥을 날라 주었다. 또 한 달쯤 지나 두 마리 호랑이가 달아나자, 유성이 산에 올라 두루 찾았는데, 두 마리 호랑이가 산 아래에서 함께 어린아이 하나를 먹고 있었다. 유성이 깜짝 놀라 달려 돌아와서, 이로부터 먹이 주기를 끊었다.

이듬해 겨울 밤중에, 호랑이가 집에 와서 울부짖었는데, 이튿날 아침에 나가 보니 큰 사슴 한 마리가 문밖에 놓여 있었다. 유성이 놀라 괴이하게 여겨 마침내 이웃에 사는 친척들과 함께 나누어 먹었다. 몇 달이 지나 또 큰 사슴을 놓아두었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 구경하며 탄식하고 괴이하게 여겼다. 유성이 말했다. “이런 물건은 사사로이 쓸 수 없소.” 곧바로 관가에 갖다 바쳤다.


유성의 어머니는 40년 전에 어느 집 종이었는데, 유성의 아버지가 데리고 도망쳤다. 어머니가 자발적으로 달아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주인을 배반한 셈이다. 유성은 이 이야기를 듣고 어머니의 옛 주인 김 감찰을 백방으로 수소문해 찾아낸다. 김 감찰은 이미 세상을 떠난 지 10년이 지났고 부인만 생존해 있었다. 유성은 때마다 물건을 보내 부인을 챙겼다. 부인이 임종 시에 여러 번 면천 문서를 주려 했으나 유성은 한사코 사양하다가, 부인이 세상을 떠나자 면천 문서를 태워 버렸다. 유성은 평생 주인의 제사를 정성껏 모셨다. 여기까지가 이 글의 생략된 앞머리다.

유성이 어렸을 때 벌어진 사건이다. 호랑이가 새끼 두 마리를 남겨둔 채 죽어 있었다. 사람들은 죽은 호랑이의 가죽과 뼈를 취하려 하고, 새끼들도 죽이려 했다. 유성은 사람들을 만류하며 새끼들을 데려다 길렀다. 새끼들이 자라자 풀어준 뒤에도 날마다 밥을 가져다 두었다. 더 시간이 흘러 호랑이 새끼들이 어린아이를 잡아 먹는 모습을 보고서는 더 이상 먹이를 주지 않았다. 짐승의 본성이 사람을 해치자 가차 없이 연을 끊은 것이다. 그런데 이듬해 겨울밤에 호랑이가 울부짖고 간 자리에는 큰 사슴 한 마리가 놓여 있었다.

유성은 사람의 도리를 다해 어머니의 옛 주인을 섬겼고, 생명을 귀하게 여겨 짐승을 거두었다. 옛 주인은 면천 문서로 그 의로움에 답했고 호랑이는 사슴으로 그 은혜에 답했다. 신분과 인수(人獸)의 차이에도 진심은 통하고 은혜는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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