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세상에서 나를 지키는 조선의 스무 가지 원칙

제주 목사의 말을 돌려주다

by 박동욱

제주 목사의 말을 돌려주다

이효익공(李孝翼公) 준민(俊民)이 청렴결백함으로 한 사람의 무관을 추천하였다. 그가 제주목사(耽羅牧使)로 부임하여 망아지 한 필을 보내자, 공은 받아서 길렀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그가 교체되어 돌아와 공을 알현하였을 때, 공은 사람을 시켜 그가 타고 온 말을 사람을 시켜 끌고 들어오게 하였는데, 보잘것없는 말이었다. 공이 말하였다.

“무장은 이런 말을 타서는 안 되오. 내게 무사에게 정합한 말이 있소.”

곧바로 잘 길들여진 준마를 그에게 주었는데, 그 사람은 후에 자기가 보낸 그 망아지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후로 그는 항상 공의 덕량(德量)에 감복하였다.



이준민이 제주목사로 무관을 추천하자 무관은 감사의 표시로 망아지 한 필을 보내왔다. 청탁을 받고 추천을 한 것이 아니니 대가성이 있는 뇌물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순수한 감사의 선물을 매몰차게 마다하는 것도 상대방에 대한 예의는 아니다. 이준민은 고심 끝에 망아지를 일단 받았다. 하지만 자기의 소유로 삼은 것이 아니라, 언젠가는 돌려줘야겠다는 마음으로 정성껏 길렀다. 훗날 무관이 임기를 마치고 돌아갈 때 인사차 왔는데, 보잘 것 없는 말을 타고 왔다. 이것을 보고 이준민은 자신이 잘 키워둔 준마를 내주었는데, 그것은 바로 예전에 받았던 그 망아지였다.

살다 보면 호의와 원칙 사이에 갈등이 생길 때가 많다. 자신만의 원칙만 고집하면 타인에게 각박에 각박해 보이고, 타인의 호의를 무조건 받으면 자신의 원칙을 훼손하게 된다. 이준민은 거절 대신 위탁을 선택했고, 망아지를 명마로 키워 돌려줌으로써 호의와 원칙을 현명하게 조화시켰다. 원칙을 지키면서도 사람까지 얻는 고수의 처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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