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세상에서 나를 지키는 조선의 스무 가지 원칙

도둑도 욕한 청백리

by 박동욱

도둑도 욕한 청백리

유대헌(柳大憲) 경창(慶昌)은 청렴결백한 절조로 당대 사람들의 탄복을 받았다. 그가 안변부사에서 물러나 고향에 살고 있을 때, 도둑이 그의 방에 침입하여 방 안을 샅샅이 뒤졌으나 쓸 만한 물건이 하나도 없었다. 도둑이 밖으로 나와 앞산에 마주 보고 서서 유대헌의 이름을 불러 욕하며 말했다.

“이 개 같은 놈이, 어찌 방금 큰 고을 수령에서 물러났는데 집에 물건 하나 없단 말인가?”



관리들이 지방관으로 나가는 것은 한몫을 챙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던 도둑은 일부러 유경창의 집을 털었다. 지방관을 지냈으니 값나가는 물건이 있으리라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막상 집에 들어가 보니 값이 나갈 물건이 하나도 없었다. 도둑이 허탕을 쳤으니 유경창에게 “개같은 놈!”이란 욕을 퍼부었다. 하지만 이것은 세상에서 가장 영광스러운 욕이었다. 청백리라는 인증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양사헌은 무려 40년 동안 여덟 번이나 지방관을 역임했으나 재산을 한 푼도 늘리지 않았고, 말 한 필도 소유하지 않았다. 처자식의 안락함을 위한 어떤 계획도 세우지 않았다. 관직은 봉사하는 자리이지, 자신의 부를 늘릴 수 있는 기회가 아니다. 이를 잊어버리는 순간, 도둑의 욕설이 명예가 되기는커녕 스스로 뻔뻔한 도둑이 되고 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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