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해진 소박함
익숙해진 소박함
퇴계 선생은 평소 검소함을 중시했다. 세숫물은 질그릇에 받아 쓰고, 부들자리에 앉으며, 베옷에 끈으로 띠를 둘렀다. 칡으로 만든 신에 대나무 지팡이를 짚고 담담하게 지내셨다. 시냇가의 집이래야 겨우 10여 가(架)로 된 작은 규모였다. 몹시 추운 겨울과 무더운 장마는 사람들이 견딜 수 없는 것인데, 선생은 여유롭게 그곳에 거처하였다.
영천군수 허시(許時)가 일찍이 찾아뵙고 말하였다.
“좁고 누추함이 이와 같으니, 어떻게 견디십니까?”
그러자 선생께서 천천히 말씀하셨다.
“익숙해진 지 이미 오래되어, 불편한 걸 못 느끼네.”
퇴계는 본래 검소한 사람이었다. 시냇가의 집은 겨울의 추위와 장마의 빗줄기를 막아주기에는 어려웠다. 그렇지만 그저 질그릇 세숫대야, 부들자리, 칡으로 만든 신발, 대나무 지팡이와 함께할 뿐이었다.
영천 군수가 직접 선생을 찾아왔다가 이 모습을 보고서 어떻게 이런 곳에서 견디시냐고 물었으나, 선생은 오래 익숙해져서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고 답했다. 영천군수의 눈에는 퇴계의 집이 참아야만 살 수 있는 고통스러운 공간이었겠지만, 퇴계에게는 익숙하고 편안한 삶의 공간이었다.
퇴계는 불편함을 감내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불편함을 느낄 수도 없었다. 환경에 휘둘리지 않는 무심의 경지였다. 진리를 꿈꾸는 사람에게 초라한 집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