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을 쌓아 재앙을 피하다
담을 쌓아 재앙을 피하다
윤원형(尹元衡)은 문정대비(文定大妃)의 동생이었다. 그가 국정을 맡고 있을 때 대비가 그의 첩 난정(蘭貞)을 봉하여 부인으로 삼게 하였다. 난정은 이미 정실부인처럼 스스로 처신했지만, 사람들도 화를 두려워하여 감히 말하지 못하였다.
오직 한 배에서 나온 형제인 정담(鄭淡)만이 미리 그 일이 반드시 재앙이 될 것임을 알고, 화근이 될 인연을 스스로 멀리하여 일찍이 청탁하거나 왕래한 일이 없었다. 또, 거처하는 집 문 안에 담장을 양의 창자처럼 꼬불꼬불하게 쌓아, 옥교(屋轎, 지붕이 있는 가마)가 드나들지 못하게 하였으므로, 난정 또한 찾아와 만날 수 없었다. 비록 드러내어 거절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난정을 끊으려 한 뜻은 깊었다.
윤원형이 패망하고 난정이 죽는데 미쳤으나, 정담은 조금도 연루되지 않았다. 정담은 스스로 호를 물재(勿齋)라 하였는데, 문장을 잘 짓고 고금에 통달하였으며, 『주역』의 이치를 깊이 이해했으나 겸손함을 지켰으므로, 사람들이 이를 더욱 현명하다 여겼다. 정담은 무신 청계군(淸溪君) 정윤겸(鄭允謙)의 서자이며, 찬성(贊成) 정종영(鄭宗榮)의 서삼촌이었다. 정씨 노인이 나에게 이 일을 말해주었다.
정난정은 사극의 단골 소재다. 그녀는 첩의 소생으로 태어나 기녀가 되었고, 훗날 윤원형의 애첩이자 둘째 부인이 되었다. 윤원형의 본부인 연안 김씨를 독살했다는 의혹까지 받았다. 그녀는 문정왕후를 뒷배로 하여 정치에 깊이 개입하였다.
오빠인 정담(鄭淡)은 『주역』에도 정통한 사람이라 정난정의 비극적 앞일을 예견하고 있었다. 그래서 여동생과의 관계를 대놓고 끊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철저히 만나지 않으려 했다. 사람과 관계를 끊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심리적 거리두기다. 상대와 만나지 않으며 서서히 멀어지는 방식이다. 다른 하나는 물리적 공간의 단절이다. 같은 공간에 있지 않음으로써 상대를 멀리한다. 정담은 이 두 가지 방식을 모두 사용하여 상대와의 결별 의사를 분명히 했다.
결국 윤원형의 실각과 함께 정난정의 몰락은 예견된 일이었다. 나중에 정난정은 음독하고 윤원형은 자결했다. 하지만 정담은 조금도 연루되지 않았다. 여동생으로 인해 얻은 혜택이 없었으니 입은 피해도 없었다. 권세의 그늘에서 얻는 이익은 반드시 위험이라는 대가를 동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