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앞에 붙인 글 34

–조선의 좌우명-

by 박동욱

선한 사람과 사귐을 가져라


군자는 자기 몸 단속할 때엔 처녀처럼 해야 할 것이니, 나쁜 사람과 이야기 나눌 적엔 자신을 더럽힐 듯 여겨야 하네. 하물며 벗을 가려 사귐에는 오직 선한 사람과 함께 해야 하리. 꼼꼼하게 또 신중하게 이따금 취하기도 하고 이따금 버려야 하리. 사람 중에 친구 될 만한 이 아닌데도 사귀기를 친구처럼 하면서, 목소리와 낯빛을 아양 떨며 기쁘게 말하고 웃어대네. (그러면) 거친 마음 뜬 기운이 일어나서는 이런 것이 늘어나고 보태지리니, 차가운 날은 많고 따스한 날 적어져서 지켜야 할 것이 매우 위태로워지리. 생선가게에 있을 때에나, 숯과 진흙뻘에 있을 때라도 검어지지도 않고 얇아지지도 않는 것은 나와 같은 사람의 일이 아니네. 마치 모래에 진흙이 묻은 것처럼, 마치 옷에 기름때가 묻은 것처럼, 일체를 방심하면 다함께 웅덩이 아래로 가게 되어서 미처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함께 변하게 될 것이니 어찌 삼가지 않으리오. 오늘부터라도 삼가 말을 나누더라도 속에 있는 말 하지 말고 가까이 하더라도 너무 친밀히 하지 말 것이네. 마치 나쁜 냄새가 나서 피하는 것처럼, 만만찮은 적을 막는 것처럼 말과 행동을 단속하여 사용하면 거의 잘못되는 것을 면하리라.


君子律身, 如處女然. 與惡人言, 當若浼焉. 矧於擇交, 惟善是與. 宜詳宜愼, 或取或拒. 人之無友, 執之如友, 以色以聲, 言笑怡怡. 麤心浮氣, 是長是滋, 寒多曝少, 存者甚危. 鮑魚之肆, 塗炭之地, 不緇不磷, 非吾人事. 如沙染泥, 如衣受膩, 一切放倒, 共就汚下. 不知不覺, 與之俱化, 盍愼厥與. 戒自今日, 言而不語, 近而勿接. 若逢惡臭, 似防勁敵, 用檢言動, 庶免墮落.

이식(李植,1584~1647),「接物箴 乙巳二月十二日, 有爲而作.(을사년 2월 12일에 어떤 일이 있어 짓다)」




[평설]

이 글은 1605년에 지어진 것으로 당시 이식의 나이 22살이었다.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떤 이와 교제하는 지를 살펴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그 사람의 친구들은 그 사람의 살아온 삶을 말해준다. 끼리끼리, 유유상종이 달리 나온 말이 아니다. 그러니 사람을 가려서 만나지 않을 수 없다. 좋은 품성의 친구를 만나야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애초부터 사귐에 신중해야 하니, 괜스레 사귈 사람도 아닌데 불쑥 교제를 맺고서, 다른 사람의 비위나 맞추려 해서는 안된다. 뛰어난 사람이야 좋지 않은 사람을 만나도 영향을 받지 않을 만큼 심지가 굳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그 나쁜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니, 알게 모르게 좋지 않은 사람의 나쁜 영향을 받게 된다. 그렇다고 품성이 나쁜 사람들과 모든 교제를 끓을 수야 없는 법이다. 누가 더 싫은 사람과 잘 지내느냐가 성공의 관건이 되기도 한다. 좋은 사람이나 죽이 잘 맞는 사람과 잘 지내지 못할 사람은 없다. 그러니 품성이 나쁜 사람과 말을 나누기는 하지만 속내를 보여서는 안 되며, 행동이나 말 하나하나 조심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

[어석]

차가운 날은 많고 따스한 날 적어져서: 『맹자(孟子)』, 「고자상(告子上)」에, “비록 천하에 쉽게 자라는 식물이 있다 하더라도, 하루 동안 햇볕을 쬐게 하고 열흘 동안 춥게 한다면 자랄 수 있는 것이 없다[雖有天下易生之物也, 一日暴之, 十日寒之, 未有能生者也.]”라고 했다.

검어지지도 않고 얇아지지도 않았으니: 『논어(論語)』, 「양화(陽貨)」에, “굳다 하지 않겠느냐, 갈아도 얇아지지 않는다면! 희다 하지 않겠느냐, 검은 물을 들여도 검어지지 않는다면![不曰堅乎 磨而不磷 不曰白乎 涅而不緇]”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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