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앞에 붙인 글 33

–조선의 좌우명-

by 박동욱

마음을 바꾸지 않으리


옛날에 오은지(吳隱之)가 광주(廣州)의 자사로 갔다. 그 고을에 탐천이 있었는데 물을 떠서 마시고는 시를 지었다. “옛 사람 이 샘물에 대해 말하기를 한번 마시면 천금이 생각나게 한다 하네. 시험 삼아 백이와 숙제에게 이 샘물을 마시게 한다 하더라도 끝내 마음을 바꾸지 않으리라.” 대저 광주의 샘물은 마신 사람으로 하여금 탐욕스럽게 하는데, 하물며 단천(端川)의 경우 못에는 구슬이 나고 산에는 옥이 나며, 앞에는 말 목장이 있고, 뒤에는 은광이 있으니 이곳의 원님이 청렴하지 못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내가 드디어 오은지의 시에서 ‘불역심(不易心)’ 세 글자를 뽑아서 동헌(東軒)의 편액으로 삼고 명(銘)을 지어서 스스로 힘쓰려 한다. 명에 이른다. “감정을 숨기지 말고 명예를 구하지도 말라. 힘쓰면 곧 정밀해지고, 한결같으면 정성스러워 진다. 물질에 얽매이지 말고 마음을 깨끗이 하라.


昔吳隱之之刺廣州也. 州有貪泉, 乃酌而飮之, 而賦詩曰, “古人云此水, 一歃懷千金. 試使夷齊飮, 終當不易心.” 夫廣州之泉, 能使人飮而貪. 況端之爲郡, 淵有珠而山有玉, 馬場在前, 銀礦在後, 倅于茲者, 其不能廉也宜矣. 余遂拈出隱之詩不易心三字, 扁諸衙軒, 銘以自礪云. 銘曰: “毋矯情, 毋要名. 礪乃精, 一乃誠. 不爲物攖, 心以淸.

이안눌(李安訥, 1571-1637), 「不易心堂銘」




[평설]

중국 광동성(廣東省)의 탐천(貪泉)은 그 물을 마시면 모두 탐욕스러워 진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진(晉)나라의 오은지(吳隱之)는 이 샘의 물을 마시고도 마음이 변하지 않아 그 이름을 떨쳤다고 한다. 이안눌은 32세 때인 1602년(선조 35년)에 이 글을 지었다. 이 해 12월에 예조 정랑이 되었다가 단천 군수(端川郡守)로 나갔다. 탐천은 샘물의 물만 마시더라도 천금이 생각나게 한다는데, 단천은 은광(銀鑛)으로 유명한 지방이니 그와 비할 바가 아니었다. 단천의 은광은 이익의 『성호사설』에 자세히 나올 정도로 유명했다. 게다가 이곳은 어느 곳보다 물산(物産)이 풍부하니, 그만큼 지방관이 이권을 누릴 확률이 높았을 것이다. 그는 처음 부임하여 오은지의 시구절인 ‘불역심(不易心, 마음을 바꾸지 않으리라)’을 따와서 편액을 삼아서, 물질에 혹해서 자신을 그르치지 않겠다는 다짐을 담았다. 재물이나 청탁에 마음이 흔들리는 관리들이 새겨 담을 말이다.


[어석]

단천(端川): 함경남도 단천군에 있는 읍. 군청 소재지이다.

교정(矯情):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감정을 억눌러 나타내지 않음.

매거진의 이전글책상 앞에 붙인 글 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