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앞에 붙인 글 32

–조선의 좌우명-

by 박동욱

가장 뛰어나다는 것


북산(北山)에서 나는 나무가 비록 아름답다고는 하지만 삽사(馺娑)와 영광(靈光)과 같은 궁궐을 만드는 데 사용하자면 반드시 나무를 다듬어야 되고, 곤륜산(崑崙山)에서 나는 옥이 비록 아름답다고는 하지만 환규(桓圭)와 곡벽(穀壁)에 사용하자면 반드시 옥을 손질해야 된다. 사람의 자질도 비록 훌륭하게 타고났지만 이름을 드날리는 일에 써 먹자면 반드시 친구가 도와주어야 된다.

친구가 좋지 않다면 자못 솜씨 없는 목수가 나무를 다루고, 재주 없는 장인이 옥을 다루는 것 같으므로 반드시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수 없이 많은 사람 속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을 친구로 삼지 못하면 선비가 아니다. 자신이 가장 뛰어난 사람이 된 뒤에야 가장 잘난 사람이 자신에게 오는 것이니 가장 뛰어난 사람과 어울리고자 한다면 마땅히 먼저 자신을 가장 뛰어난 사람으로 만들어야 한다. 가장 뛰어나다고 하는 것은 또한 한 가지가 아니다. 글로 제일가는 것도 가장 뛰어난 것이고, 재주로 제일가는 것도 가장 뛰어난 것이며, 기술로 제일가는 것도 가장 뛰어난 것이고, 용모로 제일가는 것도 가장 뛰어난 것이며, 말로 제일가는 것도 가장 뛰어난 것이니 가장 뛰어나다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모두 내가 말하는 가장 뛰어나다는 것은 아니다. 내가 말하는 가장 뛰어나다는 것은 오직 덕이나 학문이 가장 뛰어나다는 것이다.


北山之木, 雖美矣, 然用之於馺娑靈光則必須削之斲之, 西崑之玉, 雖美矣, 然用之於桓圭穀璧則必須琢之磨之. 人之資質, 雖美矣, 然用之爲器業則必須友以輔之. 友而非良, 殆猶拙匠之攻材, 庸工之治璞, 其不成必矣. 游於萬人之海, 而不得與第一流友者, 非士也. 顧己爲第一人, 然後第一流至, 欲與第一流友, 當先使己爲第一人. 第一者, 亦不一道. 文之第一, 第一也, 才之第一, 第一也, 技之第一, 第一也, 貌之第一, 第一也, 言之第一, 第一也, 第一, 一也, 皆非吾所謂第一也. 吾所謂第一者, 其唯德之第一乎, 學之第一乎.

-신흠(申欽, 1566~1628), 「擇交篇」




[평설]

자신에게 가장 영향을 미치는 사람 중에 친구만한 이가 있을까. 마중지봉(麻中之蓬)이라 했으니, 삼밭에 쑥을 기르게 되면 곧게 자라지 않던 쑥이 삼을 닮아 곧바로 자란다는 말이다. 자질만 뛰어나다고 훌륭한 인물이 되는 것이 아니다. 좋은 가능성을 바른 방향으로 인도해 주는 친구가 필요하다. 어릴 때 잘못된 친구를 만나게 되어 전혀 잘못된 방향으로 빠져 들어가서 다시는 원래의 바른 길로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뛰어난 사람을 친구로 삼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이 그와 걸맞은 뛰어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재주와 기술, 용모, 글, 말이 뛰어난 것도 뛰어난 것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덕성과 학문이 뛰어나는 것이 참다운 뛰어남이다. 나의 덕과 학문은 뛰어난 사람들을 만나기에 과연 충분한 지 자문해 본다.


[어석]

삽사(馺娑): 한(漢)나라 궁전의 이름.

영광(靈光): 한 경제(漢景帝)의 아들 공왕(恭王)이 건립한 궁전 이름이다.

환규(桓圭)와 곡벽(穀璧): 주대(周代)에 신분을 따라 나타내는 서물(瑞物). 왕은 진규(鎭奎)를, 공(公)은 환규(桓圭)를, 후(侯)는 신규(信圭)를, 백(伯)은 궁규(躬圭)를, 자(子)는 곡벽(穀璧)을, 남(男)은 포벽(蒲璧)을 들었다 한다. 『주례(周禮)』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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