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좌우명-
마음까지 잠들지 말라
세상 사람들이 잠을 좋아하여 밤에도 반드시 밤새 잠을 자고 낮에도 더러 잠을 잔다. 잠이 부족하면 모두 병으로 여긴다. 그러므로 서로 안부를 물을 적에는 먹는 것과 덧붙여서 반드시 “잠은 잘 자고 밥은 잘 먹는지”에 대해서 물어본다. 이것으로 사람들이 잠을 중요시 여기는 것을 알 수 있다.
내가 젊은 날 잠이 적었음에도 병을 앓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에 와서는 점차 잠이 많아질수록 점차 쇠약해지니 스스로 그 까닭을 모를 노릇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잠이란 것은 병으로 가는 길이다. 사람의 몸은 혼과 백을 두 가지 작용으로 삼는다. 혼은 양(陽)이고 백은 음(陰)이 된다. 음이 성하면 사람이 쇠하여지고 병이 들고, 양이 성하면 사람이 건강하고 병이 없게 된다. 잠을 자면 혼이 나가고 백이 그 안에서 일을 꾸며서 음이 성대해져 쇠약해지고 병들게 되는 것은 뻔한 일이다. 잠들지 않으면 혼이 제 기능을 다해서 스스로 능히 백을 제어해서 양으로 하여금 침입하지 못하게 한다. 그러므로 마땅히 잠을 너무 많이 자서는 안 된다.
경전에 이른다. “번뇌의 독사가 네 마음에 잠들어 있으니 독사가 사라져야만 바야흐로 편히 잠들 수 있다.” 세상의 잠꾸러기들은 모두 독사같은 번뇌에게 곤욕을 당하는 것과 같으니 어찌 두렵지 않겠는가. 이에 잠(箴)을 지어 스스로 경계하여 말한다.
아! 성성옹(惺惺翁)이여. 눈은 잠들게 하더라도 마음은 잠들게 하지 말라. 눈만 잠들면 마음을 밝힐 수 있다지만, 마음까지 잠들면 음백(陰魄)이 침입한다. 백이 침범하여 양이 부서지면 몸은 변하여 음이 되니 그리하여 귀신과 더불어 서로 찾게 될 것이니, 아! 두렵구나. 성성옹이여.
世人嗜睡, 夜必終夜, 睡晝或睡. 睡而不足, 則咸以爲病. 故相問訊者, 至以配於食, 必曰眠食如何. 可見人之重睡也. 余少曰少睡, 亦不病, 年來漸多睡漸衰, 不自知其故. 熟思之則睡乃病之道也. 人身以魂魄爲二用. 魂陽也, 魄陰也. 陰盛則人衰且病, 陽盛則人康无疾. 睡則魂出, 魄用事于中, 故陰以之盛而致衰疾, 固也. 不睡則魂得其用, 自能制魄, 使不得侵陽也. 睡宜不過多也. 經云, “煩惱毒蛇, 睡在汝心, 毒蛇已去, 方可安眠.” 世之嗜睡者, 皆爲惱蛇所困也, 豈不可懼歟. 仍箴以自警曰 吁惺惺翁! 宜睡眼勿睡心. 睡眼則可以炤心, 睡心則陰魄來侵. 魄侵陽剝體化爲陰, 其與鬼相尋, 吁可畏惺翁.
허균(許筠, 1569~1618),「睡箴 幷引」
[평설]
잠은 잘수록 더 자고 싶어진다. 일정수준의 수면시간보다 더 잠을 청하면 도리어 몸이 더 찌뿌둥해진다. 게다가 전반적으로 몸의 균형이 깨져서 무기력해지기 까지 한다. 허균은 음양(陰陽)과 혼백(魂魄)의 비유를 통해 잠에 대해 말한다. 잠을 자면 혼(魂)이 나가고 백(魄)이 주로 활동을 해서 음(陰)이 성대해지니 쇠약해지고 병이 든다는 말이다. 그러나 정작 이 글에서 하고픈 말은 수면(睡眠)에 대한 경계만은 아니다. 몸은 깨어 있다지만, 마음이 잠들어 있다면, 그거야 말로 더욱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잠들어 있는 몸도 몸이거니와, 잠들어 있는 정신과 마음을 깨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 지금 이 순간 내 마음은 미몽(迷夢)을 헤매고 있지는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