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앞에 붙인 글 45

–조선의 좌우명-

by 박동욱

여색을 전갈처럼 두려워하고 원수처럼 피하라


오직 남편과 아내는 인륜이 시작되는 곳이다. 이 뜻은 지극히 무거워서 천지에다 뿌리를 두고 있다. �시경�에서는 주남과 소남을 맨 머리로 삼고, �예기�에서는 대혼(大昏)을 삼갔다. 건곤과 함항은 큰 주역에서 말한 바이다. 오직 정이 친밀해서 거기에 빠지기가 쉽다. 옛날의 군자들은 경계하고 두려워하여 혼자 있을 때를 삼갔다. 부인과 도를 가지고서 교류하고, 예를 가지고서 대접해서, 집안의 도가 바르게 되면 어긋남이 없게 된다. 저 어두운 자를 보건대 이러한 뜻을 알지 못하여, 제멋대로 음욕을 행하는 것을 그만두지 않는다.

그 색정이 이미 불꽃같이 되자 성품이 따라서 고쳐지게 된다. 그 위엄스런 거동을 잃고 그 집과 나라도 버린다. 혈기가 얼마나 되어 스스로 숨기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병에 걸리게 되면 죽음이 따라서 이르게 된다. 세월이란 흐르는 물과 같아서 어제는 꾀꼬리가 울더니 오늘은 매미가 운다. 여섯 마리 수레가 끄는 것처럼 세월이 빠르니, 차마 스스로 채찍을 때릴 것인가. 나는 이 점을 잘 살펴서 욕망을 절제하고 정기를 모아야 한다. 호랑이 꼬리를 밟거나 초봄의 얼음 위를 걷는 듯이 조심스레 이 일생을 맡겨야 된다. 전갈과 같이 두려워하고, 원수와 같이 이를 피해야 한다. 정욕이 이기게 되면 다만 자기의 의지를 꾸짖는 것이 옳다. 수명을 늘리려는 것이 아니면 천명을 세우려고 하는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저절로 효과를 보게 되어 복을 받는 것이 끝이 없게 된다.

그 몸을 건장하게 하면 그 얼굴이 광택이 나며, 마음과 정신이 이미 깨끗하게 되면 꿈과 잠도 또한 편안하게 된다. 나는 잠훈을 만들어서 자리 모퉁이에다 새기노라. 혹시라도 어기는 것이 있게 되면 신명이 반드시 너를 죽이리라.


維夫與婦, 人倫之始. 斯義至重, 根於天地. 詩首二南, 禮謹大昏. 乾坤咸恒, 大易攸言. 惟其情密, 易於陷溺. 伊昔君子, 戒懼愼獨. 交之以道, 接之以禮. 家道順正, 靡所乖戾. 睠彼昧者, 不知此義. 肆行淫欲, 無不爲己. 其情旣熾, 性從而鑿. 喪其威儀, 棄其家國. 血氣幾何, 而不自祕. 疾病之生, 死亡隨至. 日月如流, 昨鸎今蟬. 六龍飛轡, 忍自加鞭. 我其監此, 節欲儲精. 虎尾春冰, 寄此一生. 如蠍斯畏, 如讐斯避. 爲彼所勝, 只可責志. 非欲引年, 所以立命. 久自見功, 受福無竟. 充壯其軆, 光澤其顔, 心神旣淸, 夢寐亦安. 我用作箴, 勒之座隅. 有或違越, 神明必誅.

신기선 (申箕善), 「戒色箴」




[평설]

부부 사이는 인륜의 시작이다. 그만큼 중요한 관계이니 더더욱 조심하지 않을 수 없다. 색욕에 빠지는 출발점도 역시 부부로 보았다. 절제된 부부 생활을 통해 정돈된 삶으로 위치 조정이 가능하다. 부부 간에 만약 절제된 생활을 하지 않는다면 제멋대로 음욕을 부리게 된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성품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까딱 잘못하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되어 패가망신하기 십상이다. 그도 아니라면 그것이 빌미가 되어 병에 걸리거나, 심하면 죽게 되는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 성욕에 휘둘리지 말고 성욕을 이겨내야 한다. 이렇게 절제된 생활을 지속하다 보면 얼굴에는 자연스레 때깔이 나며, 꿈과 잠도 편안하게 된다. 성욕을 다스려야 참된 삶을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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