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좌우명-
새해 다짐
경오년이 지나가고 신미년이 되었도다. 악함은 세월과 함께 떠나 버리고, 선함은 해와 함께 왔도다. 저 깊숙한 골짜기에서 나와서 이 춘대(春臺)에 올라보니 요망한 안개는 흩어지고 맑은 바람 불어오누나. 분노를 누르기를 산을 꺾듯이 하고 욕심을 막기를 구렁을 메우듯이 하면 분노와 욕심이 다 사라져서 구름을 헤치면 해가 보이는 것과 같으리라. 중문(中門)을 활짝 여니 삿된 것과 굽은 것 보이지 않고 천하 세상이 모두다 나의 문에 들어오누나. 옛날에는 나 자신을 이기지 못해 사람의 욕심에 빠져 있었지만, 지금은 이미 이를 극복하여서 천리가 회복되었네. 극복함의 여부에 따라 소인과 군자가 나눠 질 것이니 군자가 되려하거든 반드시 모름지기 스스로를 극복해야 하리. 금수와 사람은 아주 털끝만큼의 차이이니 금수가 됨을 면하려면 어찌 경계하고 두려워하지 않으리. 저 새를 보아도 오히려 멈출 바를 아는데, 사람이 되어서 멈출 줄을 알지 못해서 되겠는가. 멈출 곳을 알면 멈출 곳을 얻게 되니 도는 큰 길과 같아서 눈으로 보면 발로 밟아 걷게 된다. 모든 이치의 밝은 것도 한번 보는 데에서 비롯되고, 천리 길을 가는 행차도 한 걸음에서 시작된다. 오늘 하나의 사물의 이치를 궁구하고, 내일도 하나의 사물의 이치를 궁구하라. 오늘은 하나의 일을 행하고, 내일도 하나의 일을 행하라. 하나의 사물을 궁구하는 것으로부터 만 가지 사물을 궁구하는 데 이르며, 한 가지 일을 행하는 데로부터 만 가지 일을 행하는 데 이르게 된다. 힘쓰는 데에 그침이 없어야 군자가 된다. 이밖에 무엇을 구할 것인가. 나의 제자들이여.
庚午歲去, 辛未年來. 惡與歲去, 善與年來. 出彼幽谷, 登此春臺, 妖霧之散, 淳風之回. 懲忿摧山, 窒慾塡壑, 忿慾消盡, 披雲睹日. 洞開中門, 不見邪曲, 四海八荒, 皆入我闥. 昔未克己, 人欲之汩, 今旣克之, 天理之復. 克與不克, 小人君子, 欲爲君子, 必須克己. 禽獸與人, 所爭毫髮, 欲免禽獸, 寧不警惕. 相彼鳥矣, 猶知所止, 可以人矣, 不知所止. 知其所止, 得其所止, 道若大路, 目見足履. 萬理之明, 肇於一目, 千里之行, 起於一足. 今格一物, 明格一物. 今行一事, 明行一事. 自格一物, 至格萬物. 自行一事, 至行萬事. 亹亹不已, 乃成君子. 此外何求, 吾黨小子.
-장흥효(張興孝, 1564~1634), 「新歲箴」
[평설]
이 글은 1631년 그의 나이 68세 때 지어졌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된다는 것은 설레는 일이었다. 「元朝箴」이나「新歲箴」에 이러한 마음을 담았다. 이 글도 역시 새로운 한 해가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라는 기원으로 시작해서, 더 열심히 살겠다는 다짐으로 끝을 맺는다. 알고 보면 소인과 군자, 짐승과 사람은 그 거리가 그다지 멀지 않다. 멀쩡하던 사람도 아차하면 소인이나 짐승이 되기 십상이다. 이와 관련하여 영화의 대사가 하나 떠오른다. 홍상수 감독의 생활의 발견(2002)에서는 “사람 되기는 힘들어. 하지만 괴물은 되지 말자”라는 인상적인 대사가 나온다. 사람답게 살기는 힘들어도 괴물처럼 막 살지는 말자는 말이다. 하루하루를 유의미하게 살도록 노력하지 않을 수 없다. 사물의 이치를 구하고 또 하나의 일을 행하다 보면 어느덧 온갖 이치와 일에 정통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어석]
1. 춘대(春臺): ①봄의 전망 좋은 고층 전각이라는 뜻으로 전하여 성한 세상을 비유하는 말. ②춘당대(春塘臺).
2. 분노를 누르기를 산을 무너 뜨리는 듯이 하고 욕심을 막기를 구렁을 메우듯이 하면[窒慾塡壑, 忿慾消盡]:
『격언연벽(格言聯璧)』에 “懲忿如摧山, 窒欲如填壑”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