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허경종(許敬宗)이 말하였다. “봄비는 기름과 같지만 길가는 사람은 그 진흙탕을 싫어하고, 가을달은 밝게 비치지만 도둑은 그 밝게 비추는 것을 싫어한다.”
許敬宗曰 春雨如膏나 行人은 惡其泥濘하고 秋月揚輝나 盜者는 憎其照鑑이니라
[평설]
허경종(許敬宗, 592∼672)은 무측천을 도와 저수량(褚遂良)을 축출하고 장손무기(長孫無忌)와 상관의(上官儀) 등을 압박해 살해했으니, 전형적인 간신이었다. 위의 글은 당태종과 나눈 대화의 맥락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당태종이 허경종에게 “짐이 보건대 여러 신하들 중에 오직 경이 가장 현명한데, 그대의 잘못에 대해서 말하는 사람이 있는 것은 어째서 입니까?”라 하자, 허경종이 말한 대답이었다.
누군가의 호재가 누군가에게는 악재가 된다. 어떤 일의 해석은 입장이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허경종의 삶을 차치해 놓고 해석하자면 이 말도 일리가 전혀 없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그가 걸어온 삶을 고려해 볼 때 이 말은 상당히 위험한 말임에 틀림없다. 이런 상대성에 대한 언급은 지켜야 할 원칙과 가치를 허물어뜨릴 수 있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