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앞에 붙인 글 6

–조선의 좌우명-

by 박동욱

흰 달과 맑은 바람

귀하게 되면 화가 가까워지고, 부유하게 되면 모질어진다. 어찌하면 구름 낀 골짜기에서 기쁘게 정신을 수양할 수 있겠나. 안연의 좁은 거처에는 즐거움이 그 안에 있었고, 도연명의 세 길 난 정원에는 흰 달과 맑은 바람 있었다. 성현도 오히려 그러하였는데, 하물며 변변찮은 선비들임에랴. 집이 여다홉 칸이니 늙은 몸을 둘 수 있고 밭이 몇 십 이랑이니 배고픔과 목마름 달래기에 충분하다. 나는 내 분수에 편안하여서 이익과 욕심을 쫓지는 않으리라.


貴則近禍, 富則不仁. 何如雲壑, 怡養精神. 一片顏巷, 樂在其中, 三逕陶園, 皓月淸風. 聖賢尙然, 況乎小儒. 屋八九間, 可容殘軀. 田數十畝, 足慰飢渴. 我安我分, 不趨利慾.

-하연(河演, 1376~1453),「自警箴, 景泰二年辛未二月日作」




[평설]

부귀함이야 누구인들 마다할 사람이 있겠나. 하지만 귀하게 되어 지위가 높아지면 사람들의 표적이 되어 뜻하지 않았던 재앙이 이를 수 있고, 부유하게 되어 돈이 많아지면 또 다른 돈벌이를 위해 온갖 나쁜 짓을 하게 된다. 고대광실 좋은 집과 우러러 보는 높은 지위에 있더라도 불행하다면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나. 분수에 편안해서 이익과 욕심을 쫓지 않으면, 좁은 거처에 흰 달과 맑은 바람만 있더라도 행복함을 느낄 수 있다. 이 글은 하연이 76세 때 지은 작품이다. 75세 때 노병(老病)으로 재차 물러가기를 청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그는 은퇴하여 모든 영욕의 삶에서 한 발자국쯤 떨어져 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의 희망이 이루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78세에 세상을 떴다.


[어석]

도연명의 세 길 난 정원[三逕陶園]: 진(晋)나라 도연명(陶淵明)의 「귀거래사(歸去來辭)」에 “三逕就荒松菊猶存”이라 했다. 삼경(三逕)은 삼경(三徑)이라 쓰기도 한다. 한(漢)나라 때 장후(蔣詡)가 정원에 세 갈래의 길을 내고 오직 양중(羊仲)·구중(求仲)과만 사귀었다는 고사(故事)에 의하여 친구 간에 왕래하는 길을 가리킨다.

하연(河演).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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