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좌우명-
처음 마음으로 돌아가라
세월이 흘러가서 새해가 돌아오니, 밤에 잠 못 이루고 부모님을 떠올리네. 마음에 두려운 생각 들어 홀연 내 자신을 돌아보니, 천명을 더럽혀서 부모님을 욕보였네. 부끄럽고 두려워서 앉아 새벽을 기다리며, 돌아보니 초심은 성인과 보통사람이 똑같았네. (성인과 같이) 그대로만 한다면 누가 인(仁)하지 않으랴. 그 기미는 내게 있었는데 어찌 오래 망설였나. 지금부터 맹세하여 띠에 적어두노라.
日月逝兮歲又新. 夜無寐兮懷二人. 心內惕兮忽反身, 䙝天明兮忝爾親. 愧懼幷兮坐待晨, 顧厥初兮聖凡均. 爲則是兮孰無仁. 幾在我兮胡久逡. 矢自今兮書諸紳.
이숭일(李嵩逸, 1631~1698),「立春日自警箴 癸亥」
[평설]
이 글은 1683년 53세 때 쓴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새해를 맞는 설레임 보다, 헛되이 나이만 먹고 있다는 초조함이 커진다. 무엇보다 부모님께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어떻게 낳아 주시고 어떻게 길러주셨는데, 이것 밖에 안되었다 생각하니 미안하고 죄스럽다. 천명(天命)을 간직했다면 부끄러울 것이 없겠지만, 그것을 그르쳤으니 부모님을 욕보인 셈이다. 이런저런 생각에 잠이 오지 않아, 일어나 앉아서 새벽을 기다려 본다. 처음 마음이야 성인과 보통 사람이 무슨 차이가 있었겠나. 그 초심(初心)을 간직했다면 누가 인(仁)하지 않겠는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새해에는 그 초심을 회복하려 한다. 단단히 다시 신발 끈을 매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