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앞에 붙인 글 15

–조선의 좌우명-

by 박동욱

사람의 욕망처럼 험한 것은 없다


나는 기가 허하나 여색을 좋아해서 죽은 아내가 매번 경계했고, 더러는 정색을 하면서 야멸차게 물리치기도 했다. 그러므로 부인과 잠자리를 하는 순간에도 내키는 대로 하지 못했던 것은 대개 어렵게 여겨 꺼리는 것이 있어서 그러한 것이다. 홀아비로 산 이래로 친구들이 더러는 소실을 얻기를 권하였다. 만일 친구의 말과 같이 하였다면 안으로는 잠자리를 갖는 일에 경계가 없게 되었을 것이니 곧 그 성정을 잃고 생명을 해치는 일에 이르지 않았겠는가. 주자의 시에 이르기를 “세상에는 사람의 욕망처럼 험악한 것이 없으니, 몇 사람이나 여기에 이르러서 평생을 그르쳤는가.”라고 했으니 일찍이 여러 번 되풀이 하여 읊조렸다.


余氣虛而好色, 亡妻每每相戒. 或至正色峻斥. 故袵席之間, 不得肆欲者, 蓋有所忌憚而然也. 鰥居以來, 親故或勸以卜姓, 萬一如親故之言, 而內無袵席之戒, 則其不至喪性而傷生乎. 朱子詩曰, “世上無如人欲險, 幾人到此誤平生” 未嘗不三復諷咏.

유도원(柳道源, 1721∼1791), 「知非十戒」 중에 ‘色戒’




[평설]

성욕(性慾)이란 어쩌면 끊임없이 싸워야 할 화두(話頭)일지도 모른다. 한 번의 실수로 그동안 어렵게 쌓아온 체면이나 지위를 한방에 잃을 수도 있다. 아내는 건강하지도 못하면서 호색(好色)을 하는 남편이 걱정이었다. 그래서 그 점에 대해 충고도 서슴지 않았고, 야멸치게 물리치기도 했다. 아무리 부부 사이이지만 잠자리에서 멋대로 자신의 욕구대로 할 수는 없었다. 홀아비가 된 이후로 친구들이 소실을 들일 것을 권하기도 했으나 그도 마다하였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지나친 잠자리 때문에 본성을 상실하거나 건강을 잃는 일도 사라졌다. 법도에 맞는 부부 관계야말로 정돈된 생활의 시발(始發)이 될 수 있지만, 난잡한 부부 관계는 절제 없는 호색(好色)의 촉매(觸媒)가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이야기 했다.



유도원 문집.jpg 유도원 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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