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앞에 붙인 글 14

–조선의 좌우명-

by 박동욱

작은 일에 최선을 다하라


두려워 할 것은 조짐이고 막아야 할 것은 미미한 일들이다. 조짐을 밝게 하지 못하면 어두컴컴함에 돌아갈 것이고, 미미한 것을 막지 못하면 위태로움을 밟을 것이니 그 조짐이 일찍 이르렀을 때 어찌 먼저 그 조짐을 분별하지 않는가. 분별이 만일 재빨리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후회해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주역』에 교훈이 있으니 서리를 밟는 것에 비유하였다. 서리를 힘껏 밟으면 처음에는 또한 무슨 근심이 있으랴마는, 밟기를 계속하면 단단한 얼음이 이를 것이다. 조짐을 차츰 자라게 할 수는 없는 것이니 자라면 고치기 어려워서이다. 털끝만큼 벌어졌을 때 삼가지 않으면 간혹 천 리나 어긋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말하기를 “작은 일에서 큰 의미를 찾는 자는 흥하고, 쉬운 일에서 어려움을 생각하지 않는 자는 망하다.”라고 했으니, 경계하고 경계하기를 잠언으로 이 장을 쓰노라.

可畏者幾, 可防者微. 幾之不炳, 昧其歸, 微之不杜, 蹈其危. 迨其早也, 盍先辨之. 辨苟不早, 悔不可追. 大易有訓, 譬如履霜, 履霜凜然, 始亦何傷, 履之不已, 堅氷乃至. 漸不可長, 長則難治. 不謹毫釐, 謬或千里. 故曰, “圖大於細者興, 忘難於易者亡.” 戒之戒之, 箴用此章.

-주세붕(周世鵬, 1495~1554),「履霜箴」



[평설]

이 글은 1528년 주세붕의 나이 34세 때 쓴 것이다. 하인리히(Heinrich’s Law) 법칙에서는 1번의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29번의 많은 사고와 300번의 경미한 징후들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무슨 일이든 단박에 벌어지는 일은 없으니 미리 조짐을 다 보이기 마련이다. 커다란 다리나 건물도 다 붕괴의 조짐을 보인다. 작은 조짐을 무시하다가 도리어 큰 일이 벌어지게 된다. 작은 볼트 하나 때문에 원전이 폭발하기도 하고, 비행기가 떨어지기도 한다.

사람의 일도 이와 다를 것이 없다. 하찮아 보이는 작은 일들에서 큰 일이 생겨나고, 어떤 일의 조짐에서 큰 재앙과 환란이 발생한다. 그러므로 작은 일과 쉬운 일은 결코 작고 쉬운 일이 아니다. 작은 일과 쉬운 일을 잘 처리하는 사람은 큰 일과 어려운 일을 겪지 않게 된다. 그러니 미리미리 작은 일과 쉬운 일에 공을 들여야 한다. 일단 일이 벌어졌다면 이미 늦은 것이나 다름없다. 조그마한 균열이 발생할 때 무시하지 말고 잘 처리해야 한다. 인간관계도 이와 마찬가지다. 두 사람의 관계가 커다란 사건 때문이 아니라, 작은 불만과 오해 때문에 그르치게 된다.


[어석]

『주역』에 “履霜, 堅氷至.”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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